‘탄핵’, ‘하야’, ‘최순실’.
25일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휩쓴 단어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의혹과 이화여대 특혜 의혹 등이 이어질 때만 해도 ‘설마설마’하며 유보적이었던 이들도 돌아서는 분위기다.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등을 미리 받아보고 일부 수정한 정황이 전날 밤 <제이티비시>(JTBC) 보도로 드러나면서 민심이 들끓고 있다.
먼저 분노다.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이날 트위터에 “이건 나라가 아니다. 탄핵이 되건 안 되건 탄핵의 절차라도 밟아야 한다. 이것이 국가의 기틀과 관련된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정식화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적어도 국민이 권력을 위임했던 대상은 박근혜였다. 연설문도 미리 받아보는 비선 실세라니… 이쯤 되면 탄핵이 너무나 당연한 귀결처럼 보인다”(@jim***)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4시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나온 뒤, 또다른 누리꾼은 트위터에 “대통령 스스로 비선 실세 의혹을 인정했다. 사과는 받지만 처벌은 받아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든 대통령은 직분에 맞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sunh****)라고 썼다.
특히 최순실씨 태블릿 피시에 있다는 폴더 가운데 ‘고용복지-업무보고-참고자료’같이 정부 정책에 관련되거나 ‘나만의 우표’ ‘오방낭’ 등 박 대통령의 취임 당시 행사 관련으로 의심되는 파일명들이 이날 인터넷에 공개되며, 사람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국정농단’ 행태에 ‘모욕’당했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대한민국이 신자유주의 국가인 줄 알았는데 신정국가” “그간 우리 역사에 바지사장들 많았습니다만, 드디어 바지 대통령까지 탄생하는군요” 같은 의견을 올렸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페이스북에 “이 순간 정말 대한민국 국민임을 부인하고 싶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썼다. 한 출판인은 “세상이 이리 흥미진진한데 누가 책을 읽겠나. 생존권 말살하는 박근혜 정권 타도하자”며 냉소 섞인 비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민주주의 정부로서 국민의 마지막 신뢰를 무너뜨렸다. 앞으로 박 대통령은 골수 지지층 말고 다수의 지지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들끓는 민심이 현실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대통령제는 임기의 경직성이 강해서 쉽게 탄핵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민심 반발이 강해지겠지만 반대편에서도 반작용이 일어서 모든 시민이 하나의 의견으로 모이기는 어렵다. 최선은 다음 선거에서 더 나은 정부를 선출하는 것이며, 이것은 민주주의의 한계이자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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