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APEC) 정상회의 당시 필리핀 시내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이 총에 맞아 죽은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국내에서 체포됐다. 필리핀 경찰은 30대 후반 남성을 공범으로 특정하고 추적 중이다.
20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전날 경남 창원시에서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30대 중반의 김아무개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를 서울로 호송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필리핀으로 출국해 피살자들과 함께 있다 살인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13일 한국에 다시 돌아온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필리핀 경찰과 현지에 파견된 한국 경찰들은 김씨와 함께 필리핀에서 활동한 30대 후반의 박아무개씨도 추가 피의자로 특정하고 추적 중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검거된 김씨와 필리핀에서 추적 중인 박씨는 피살자들과 함께 고소된 피의자이거나 이들을 고소한 피해자도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서 검거된 김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인터넷 카지노 투자 일을 했으며, 추적 중인 박씨는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인터넷 카지노, 정킷방 투자 관련 일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두 사람은 투자 관계로 서로 알게됐으나, 피살자들이 하던 유사수신 사업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피살 사건에 이들 말고 다른 사람도 가담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달 11일 필리핀 팜팡가주 바콜로 지역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ㄱ씨(48), ㄴ씨(49), ㄷ(52)씨 등 한국인 3명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의 ㅈ법인을 세워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해외통화선물거래(FX마진거래) 투자금을 모아 영업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한국에 남아 있던 본부장 김아무개(48)씨는 지난 17일 구속됐다.
이들 3명은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거액의 투자금을 모아 가로챈 뒤 경찰 수사 직전 잠적했다가 필리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들은 올해 8월 중순부터 수서경찰서와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소장과 진정서를 냈으며, 피해액은 150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은 지난 13일 필리핀 경찰청과 협의를 거쳐 현장감식·범죄분석·총기분석 분야 전문가 4명을 현지로 보내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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