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땅 배우자 재산 신고 안해 공무집행방해 적용 가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경기도 ‘화성 땅’ 차명보유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우 수석에게 적용되는 배우자 재산 허위신고 등의 혐의는 공소시효가 넉넉하게 남아 있어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화성동부경찰서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등기상 주인 이아무개(61)씨와 근저당을 설정한 삼남개발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씨는 우 수석 장인인 이상달 전 삼남개발 회장이 운영하던 기흥컨트리클럽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1995∼2005년 이 골프장 인근 땅 1만4829㎡를 여러 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이처럼 땅부자인 이씨가 소형 다세대주택에 세들어 살아온 것으로 드러나 이 회장과 이씨 사이에 명의신탁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경찰은 등기가 이뤄진 시점이 공소시효(신탁자 7년·수탁자 5년)를 10년도 더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지난 14일 수원지검에 불기소 의견을 냈다. 수원지검은 우 수석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에 사건을 이송할 방침이다.
하지만 우 수석의 처가에 대한 형사처벌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씨는 우 수석 처가의 차명 땅 가운데 화성시 동탄면 중리 292·293번지(4929㎡)를 2014년 11월 우 수석의 부인을 비롯한 네 자매에게 시세보다 낮은 가격인 7억4000만원에 넘겼다. 겉으로는 매매 형식을 취했지만, 실상은 명의신탁을 해지한 것이라서 등기원인은 ‘명의신탁해지’나 ‘증여’가 된다. 그러나 우 수석 처가는 이를 매매로 등기했고, 이는 등기원인을 허위로 기재하는 것을 처벌하는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위반(공소시효 5년)이다.
나머지 땅도 우 수석 처가의 차명재산임이 드러나면 우 수석은 배우자 재산 허위 등록으로 처벌될 수 있다. 그는 2015년과 2016년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차명재산 의혹이 일고 있는 화성 땅을 배우자 재산으로 신고하지 않았다. 검찰은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에서 넥슨 주식 매입 경위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을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아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화성/김기성 서영지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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