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씨의 ‘군 영창’ 관련 얘기로 때아닌 논란이 있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게는 각자 하나씩의 얘깃거리들로 남기도 하겠지만, 군 영창은 10여년 전의 추억거리가 아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인권 문제다.
얼마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도 군인권센터 의뢰로 군 영창의 억울함을 다투는 소송을 했다. 어느 병사(상병)가 중대장에게 영창 5일의 처분을 받은 사건인데, 간부들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거나 집합시간에 다소 늦었다는 등이 처분의 이유였다.
‘영창’은 군에서만 존재하는 아주 특수한 징계다. 보통 징계라 하면 조직 내 징계권자가 파면, 해임, 정직, 감봉 같은 신분 내지 재산상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병사에 대해서는 따로 ‘영창’이라는 징계를 두고 최대 15일 동안 영창에 감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창은 군부대에 있는 구금시설을 말한다. 사회로 치면 유치장이나 구치소 같은 곳이다. 중대장(대위) 정도의 일선 지휘관들은 직접 영창 처분을 내릴 권한이 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어떤 병사든 15일까지 신체를 구금하는 것이므로 이것은 형법에 있는 형벌인 ‘구류’형과 내용적으로 다를 바 없다(구류형의 기간은 30일까지). 실제로 영창 처분을 받은 병사는 형사사건으로 구금된 미결수들과 같은 시설에 구금된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단 하루의 구류형을 받더라도 법원에서 판사가 내린 판결을 받는다. 불과 48시간의 유효기간을 갖는 ‘체포’도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왜 ‘영창’은 엄연한 인신구속인데, 어떤 법원의 판단이나 영장도 없이 일선 지휘관이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일까. 우리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고 돼 있는데.
이뿐 아니다. 영창에 구금된 기간은 군복무기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군복무기간이 그만큼 늘어난다. 사실상 이중처벌을 받는 셈이다. 게다가 입창된 병사에 대한 처우가 오히려 미결구금자보다 열악하다는 지적도 계속돼 국가인권위원회가 2013년 처우개선 권고를 하기도 했을 정도다. 영창 제도가 장교나 부사관에는 적용되지 않고 유독 ‘병사’에게만 적용되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영창 처분을 일선지휘관이 결정하기 때문에 지휘관의 주관적, 자의적 판단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되는데, 영창에 구금되는 병사가 너무도 많다. 최근 자료를 보면 2012년에 1만5600여명의 병사가 영창 처분을 받았다. 게다가 그 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 죄는 ‘괘씸죄’라 했던가. 이처럼 많은 영창 처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지휘관이 모호한 기준으로 영창 처분을 남용할 우려가 높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인권담당 법무관 심사 등 일부 제도개선이 있었지만, 명령에 대한 복종을 중시하는 군의 속성상 지휘관의 처분을 독립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많은 영창 처분이 있어도 그에 대한 항고나 소송 예가 거의 없다. 병사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거나, 알아도 병사가 군 내에서 영창 처분이 부당하다고 다투는 게 어디 쉽겠는가.
영창 5일을 받았던 병사는 법원에 영창 처분 취소소송을 하면서 동시에 영창 집행을 중지해달라는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도 처분의 집행을 중지했다. 영창제도 자체가 위헌임을 주장하며 위헌제청신청도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병사 혼자서 법원 문을 두드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군 영창 문제는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를 위하여 풀어야 할 과제다. 문제는 김제동의 개그가 아니라 군 영창 자체인 것이다. 송상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