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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한 늦은 과제물에도 “네, 잘하셨어요” 정유라 상전 모시듯한 교수

등록 2016-10-13 17:19수정 2016-10-14 09:01

학칙과 달리, 최순실과의 면담만으로도 출석 인정
이화여대 실기우수자 절대평가 평가 학칙 신설
‘수준미달’ 보고서 제출하고도 B학점 이상
담당교수 “잘하셨어요.”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마사회의 승마감독 독일파견도 도마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체육과학부 소속 교수에게 제출한 레포트. 김병욱 의원실 제공.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와 체육과학부 소속 교수가 지난 7월 주고받은 이메일. 김병욱 의원실 제공.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서 학점을 얻을 때 출석과 과제 제출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자료가 공개됐다. 정씨가 지난달 돌연 학교를 휴학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는 입시, 학사관리 의혹을 규명할 진상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13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화여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정유라(20)씨의 출석 및 학점 인정 서류를 보면, 정씨는 지난 학기 운동생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지난 4월 어머니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와 함께 담당교수를 면담한 것만으로도 출석을 인정받았다. 담당교수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정씨와 최씨는 “독일에서 현재 훈련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말을 교체해 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내부규정을 보면, 수업에 빠진 학생이 출석 인정을 받아야 할 경우 그 사정을 설명하는 공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씨는 공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정씨가 입학한 지난해, 이화여대 체육과학부는 실기우수자 학생들에게 대회 실적이나 과제물 등을 참고해 최소 B학점 이상을 주도록 내규를 새로 만들었다. 정씨는 지난 학기 이 수업을 들으면서 에이포(A4) 용지 3장에 사진 5장을 첨부한 과제물을 제출했다. 사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한 페이지 분량도 되지 않았지만 새 학칙에 따라 정씨는 B학점을 받았다.

정씨를 가르친 또 다른 교수는 정씨에게 상식을 넘어서는 ‘과잉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정씨는 지난 학기 코칭론 수업을 듣고 학기가 끝난 방학에 과제물을 제출했다. 마장마술의 말 조정법을 설명한 이 과제물은 제출기한을 훌쩍 넘겼지만 통과됐다. 이 교수는 과제물의 띄어쓰기와 맞춤법까지 꼼꼼하게 첨삭해줬다. 교수는 정씨가 이메일로 과제물을 제출할 때 실수로 파일을 첨부하지 않았는데도 “네, 잘하셨어요”라고 칭찬했고, 뒤늦게 과제물이 첨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앗! 첨부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다시 보내기도 했다. 정씨가 마장마술의 기술을 설명해 제출한 또 다른 과제물 대부분은 인터넷 검색결과를 ’복사-붙여넣기’한 내용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정씨가 체육과학부 수업에 제출한 마장마술을 설명한 과제물. 6쪽 짜리 분량의 이 과제물 일부는 인터넷 검색결과를 짜깁기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김병욱 의원실 제공.

정씨가 체육과학부 수업에 제출한 마장마술을 설명한 과제물. 네 개의 문장과 사진 한 장으로 과제물 한 면을 채웠다. 김병욱 의원실 제공.

해당 교수는 지난 3월 정씨에게 사실상의 수업 도우미를 연결해줬다. 이 교수는 정씨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수업 내용을 전달해주고 시험준비를 도와줄 멘토 언니를 소개해주겠다”며 체육과학부 소속 4학년 학생을 소개했다.

특혜 의혹이 쏠린 것은 한국마사회도 마찬가지였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마사회가 대한승마협회에 승마감독을 파견보냈고, 해당 감독은 (지난해 11월) 독일까지 가서 정 선수의 훈련을 맡았다”며 “공공기관인 마사회가 나서서 정 선수에게 특혜를 제공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현 회장은 이에 “승마협회가 2020년 도쿄올림픽 훈련을 위해 승마감독 파견을 요구했고 국익에 좋은 것이라고 해서 응했을 뿐”이라며 “승마협회가 어떤 경유로 (정 선수를) 지원했는지 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씨는 지난달 27일 갑자기 학교를 휴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 관계자는 “휴학은 학생이 온라인상으로 혼자 할 수 있다. 학기 등록하고 수강신청까지 한 상태에서 갑자기 휴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는 13일 정씨의 입시와 학사관리 관련 의혹을 밝히기 위한 진상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지난 12일 <한겨레>가 보도한 계절학기 의류산업학과 학점 특혜 의혹에 대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며 “최경희 총장에게 정씨를 둘러싼 특혜 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고한솔 이정애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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