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사기범 위에 나는 사기범?’
불법 도박사이트 등 범죄 조직에 대포통장을 판 뒤 통장에 입금된 돈을 추가로 뜯어낸 사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12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유령회사 명의로 400여개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이아무개(32)씨와 김아무개(36)씨를 구속하고 송아무개(42)씨 등 13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설명을 들어보면, 이씨 등은 20여개 유령회사를 설립해 이 회사 명의로 대포통장 400여개를 만들어 하나에 110만~150만원의 돈을 받고 팔았다. 대포통장 구매자들은 주로 인터넷 도박사이트, 대출사기 범죄 조직이었는데, 이씨 등은 대포통장 유지비 명목의 돈도 다달이 챙겼다.
이씨 등은 대포통장에 불법적 자금이 들어오면 은행에 이 통장을 ‘부정 계좌’로 신고해 출금을 막았다. 이어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로 직접 현금을 인출해 가로채거나 대포통장 구매자에게 계좌정지를 풀지 않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냈다. 이들이 대포통장을 판매해 벌어들인 수익과 대포통장에 입금된 돈을 추가로 인출하거나 뜯어낸 돈은 1년 동안 60억여원에 달한다. 이들은 대포통장 개설자가 경찰에 소환될 경우에 대비해 수사기관 대응방법까지 교육했다. 이들은 통장 개설을 위해 명의를 빌려주는 사람에게 “취업을 위해 회사에 서류를 제출했고, 출근 날짜에 출근을 하였더니 회사가 없어졌다”고 진술하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교육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이씨 등이 유통한 대포통장 200여개가 약 5000억원의 대출사기와 불법도박 관련 자금 거래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판매한 400여개 대포통장을 추적해 이 통장을 이용해 불법도박이나 사기를 벌인 범죄 조직들을 추가 수사할 계획이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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