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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보수언론 ‘인민군복 노무현’ 이중잣대

등록 2005-11-02 17:14수정 2005-11-03 03:07

‘표현의 자유’는 강정구 교수 발언과 현직 대통령 모욕에 어떻게 적용되나?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발언과 인터넷 <독립신문>의 패러디를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를 바라보는 보수단체와 보수언론의 이중잣대가 도마에 올랐다. 강 교수가 “6.25는 통일전쟁이며, 당시 국민의 70%가 사회주의를 지지했다”는 논문을 발표한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기 이전에 명백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던 보수언론들이 현직 대통령을 인민군복의 ‘무장공비’로 묘사한 독립신문의 패러디를 두고는 인격모독(명예훼손)이 아닌 ‘표현의 자유’이며, 경찰의 인지수사는 언론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신문은 지난달 17일 홈페이지 ‘만화/만평’란에 노무현 대통령이 강 교수를 옹호한다는 내용의 문구와 함께 인민군복을 입은 노 대통령이 김종빈 전 검찰총장의 머리를 손에 들고 있는 패러디 합성사진을 올렸다. 패러디물은 ‘강정구 동무 건들면 이렇게 되는 거야!’ ‘헌법·법치 박살내러 왔수다!’라는 문구를 실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강정구 교수를 ‘동무’로 부르는, 인민군복을 입은 ‘무장공비’로 묘사해 김종빈 전 검찰총장의 ‘목을 땄다’는 그림이다. 패러디 대상이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미디어에서 용인될 수 없는 혐오스러움이 지나친, 충격적인 내용이다.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이 합성사진이 혐오감을 일으킨다며 삭제를 요구했고, 이에 독립신문은 김 전 총장의 머릿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또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와 관련해 ‘인지수사’에 들어갔고, 2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독립신문은 이에 명백한 언론의 자유 침해라며 즉각 반발했다. 신혜식 대표는 <조선>, <동아> 등 일부 언론을 통해 경찰수사에 불만을 표시하며 “사상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표현의 자유를 놓고 언론매체를 수사하는 것은 언론탄압”이라며 “친북발언을 한 강 교수나 이적 게시물이 올라온 민주노동당 사무실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며 수사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 강 교수 발언은 국가보안법 위반, 인민군복은 사상·표현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당연히 논란이 되었다.


강 교수 발언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떠나 ‘국가안보를 명백히 위협하는’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던 이들이 이중잣대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강 교수를 처벌하라고 주장해온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이번 패러디 역시 표현의 자유를 떠나 ‘개인의 명예를 명백히 훼손하는’ 명예훼손죄 또는 형법상의 인격모독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독립신문은 “국민저항 운동을 선언한다”(10월13일), “강정구는 구속수사 해야 한다”(14일) 등의 기사를 써 강 교수에 대한 구속을 요구했다. 독립신문은 ‘사상의 자유’를 부정한 사례도 있다. 정창인 독립신문 주필은 지난달 11일 ‘대한민국 헌법에서 사상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칼럼에서 “강정구의 반역행위를 두고 반역단체나 일부 교수 또는 언론에서 그것이 마치 헌법에서 허용하는 ‘사상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헌법에는 사상의 자유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오로지 양심의 자유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공산주의는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헌법 정신”이라며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며, “사상의 자유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을 현혹하여 속이려고 하는 간악한 무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강 교수에 대해 구속해야 한다는 논지로 보도했던 조선·동아일보 등은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하거나 ‘논란’ 등으로 처리하고 있다. . 앞서 조선은 지난달 천정배 법무장관이 강 교수 사건에 대해 ‘[홍준호칼럼] 강정구와 주사파(週四派)’(3일자), ‘이 정권은 강정구씨의 國選변호인인가’(13일자 사설),‘강정구 교수 불구속수사로 국가보안법 사실상 무력화’(16일자), 23일자 [김대중칼럼] “청와대, 理性 잃었나 ‘제정신’ 차렸나”(3일자) 등 색깔론을 부추기며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강하게 비판한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한 인터넷매체에 게재된 노무현 대통령 패러디 만평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밝혀 논란이 예상되며, 해당 매체와 일부 시민단체는 경찰의 수사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표현의 자유 존중되어야…이중적 잣대는 문제

송호창 변호사는 “강 교수의 발언이나 독립신문의 패러디 모두 표현의 자유 영역 내에 들어 있는 문제이지만, 강 교수의 글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국가안전을 해치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로 보장되어서는 안되고, (공적 인물에 대한) 패러디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강 교수의 글이 국가안보를 해치느냐 인데, 강 교수 표현에 대한 법조계 전문가들의 시각은 하나의 객관적인 데이타를 나열하고 개인적인 평가를 한 것으로 국가안보를 해친다고 보지 않는다”며 “특히 국가안전을 해한다는 것은 개개인(보수단체)이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며, 기소도 하기 전 단계에서 국가안보를 해친다고 왜곡 과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김완 문화연대 활동가는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현안, 사안에 대한 호불호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단히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며 “강 교수의 발언이든 독립신문의 패러디이든 헌법적 원리에서 보면, 당연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침해당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보수언론이 ‘표현의 자유’를 정치적 입장이나 누가 얘기했느냐에 따라 자의적으로 왜곡해 오히려 표현의 자유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특히 사진보다 텍스트물에 최대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볼 때 강 교수의 글은 국가안보를 심하게 위협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에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줘야 하며 이런 맥락에서 독립신문의 패러디도 수사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 대해 ‘인지수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압수수색 역시 사무실 전체를 뒤진 것이 아니라 게시물을 누가 올렸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명예훼손 혐의 여부와 관련해서는 반의사 불벌죄로,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당사자인 노 대통령이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터넷 독립신문은 올해 4월에도 노 대통령의 이마에 총구의 과녁을 겨눠 살해 의지를 표현한, 이른바 `저격수' 패러디를 올려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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