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횡포 1289건 발생, 1702명 검거
매장안 흡연 제지하자 주먹으로 때려
3년간 제자 강간한 대학교수도 잡혀
지난 8월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경선에 나선 한선교 후보가 정견발표 연설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경찰이 ‘갑질 횡포’를 특별단속한 지 한 달 만에 1700여명이 검거됐다. 검거자 중 90%가 남성이었고, 40·50대가 절반을 넘었다. 국회의장 경호원 멱살을 잡은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도 수사를 받으면 이 통계에 잡힐 예정이다.
경찰청은 5일 지난 한 달간 갑질 횡포 불법행위 사건이 1289건 발생해 1702명을 검거(구속 69명)했다고 밝혔다. 단속 사건 중에선 영업장에서 고객이 갑질을 하는 ‘블랙컨슈머’ 유형이 769건(59%)으로 제일 많았다. 경남 함양의 휴대폰 매장에서 종업원이 매장 안에서 흡연하는 남성을 제지하자, 이 남성이 “건방지다”며 욕설과 함께 주먹으로 직원의 뺨을 때렸다. 보험금 지급이 하루 늦었다며 5만원짜리 기프티콘 지급을 요구하는 등 154차례 보험사 콜센터에 전화해 업무방해를 한 사람도 있었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직장과 학교 등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횡포 불법행위’는 520건(41%)이 적발됐다. 이 중 직장과 학교에서 일어난 성범죄는 86건이었다. 3년간 수십 차례에 걸쳐 제자를 강간하고 강제추행한 대학교수, 자신이 운영하는 식물원에 숙식 제공 조건으로 외국인 여성을 고용한 뒤 4차례에 걸쳐 추행한 회사 대표가 검거됐다.
‘갑질 횡포’ 중엔 외국인 노동자 등 사내 근로자의 임금을 착취하거나, 폭행하는 등 불공정 거래 행위도 30건 있었다. 경기 안성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말 근로수당을 받지 못한 것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법체류자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고 손으로 머리를 때린 회사 간부가 검거됐다.
이외에도 광주에서 밤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던 피의자가 조용히 해달라고 하는 경비원의 얼굴을 때리고 담배로 얼굴을 세 차례 지져 검거되기도 했다.
갑질 횡포 가해자들은 40·50대 남성이 제일 많았다. 남성이 검거자 중 전체의 89.6%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29.8%, 40대가 27.2%로 절반을 넘었다. 피해자는 여성 비율이 32.5%로 높고, 특히 10·20대 여성 피해자들은 성범죄를 집중적으로 당했다(150명 중 87명).
박찬우 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계장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갑질 횡포 범죄들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면서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아직 피의자 조사를 받지 않아 통계에 포함되지는 않았는데, 조사를 받으면 직장 내 폭력으로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