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씨의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서울대병원 신경외과장)가 “병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심지어 고인의 사망 책임을 유가족에게 돌린 데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누리꾼들은 “가족들이 적극적 치료를 원치 않아 병사했다니 그럼 백남기씨는 유족이 죽인 거냐”며 반발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대 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특위)의 이윤성 위원장이 “서울대병원 입장은 외인사”라며 주치의와 상반된 의견을 밝히면서도 “의료진이 임상적으로 특수한 상황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사망진단서를 작성했음을 확인했다”고 결론 내린 것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다.
누리꾼들은 “서울대병원 의사들에게 영혼일탈로 인한 사망을 선고한다”(?@bal****), “진정성 있는 거짓말은 진실이라는 건가요? 백남기 농민 주치의 백선하 교수 등 서울대병원의 황당한 발표는 백남기 농민을 두 번 죽이는 패륜적 만행!”(@seo*****), “전문가 집단이 ‘진정성’ 운운하며 고 백남기씨의 사인을 ‘병사’로 분류했단다. 과학적 사실을 명료하게 적어야 할 ‘전문가’가 ‘특별위원회’ 열어 ‘진정성’이라는 ‘감정’을 운운했다”(@sno******)라는 반응을 보였다.
역사학자인 전우용 교수는 트위터에 “우병우 처가 땅 거래 무혐의(검찰), 미르-K스포츠재단은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것(전경련), 백남기 농민은 ‘병사가 맞다’(서울대병원) 등 이들 발언으로 확인된 건, 한국 사회 최상위층의 ‘양심수준’뿐입니다”라고 적었다. 장신중 경찰인권센터 소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전체 의견은 외인사인데, 주치의 개인 의견은 병사란다.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궤변 중의 궤변이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더니 지침과 기준에 어긋나게 진단서가 작성됐는데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라면서 “궤변으로는 진실을 은폐할 수 없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이 진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상 진단서 작성 권한은 주치의에게 있으니 이윤성 교수가 특별위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진단서 내용을 바꿀 수는 없다. 대통령 주치의 출신 병원장이 조직 맨 위에 있고, 바깥에서는 정치권력이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교수님 힘드시겠다”며 이윤성 교수가 “외인사”라는 소신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에 의미를 두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트위터리안이 올린 “히프크라테스 선서 첫번째 조항이 `Do No Harm'이예요. 이 짧고 평범한 말에 의사라면 평생 갖고 살아가야 할 소명이 함축되있는거라 생각해요”라는 글을 리트윗 하면서 “‘Do no harm’ 의사에게만 필요한 덕목이 아닐 것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Do no harm'은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마라'는 의미로 의료인들이 지킬 원칙을 말한다.
앞서, 백선하 교수는 3일 특위 기자회견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했다면 사망은 발생하지 않아 고인의 사망 종류를 병사로 표기했다. 만약 최선의 진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하게 됐다면 외인사로 표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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