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법의학 권위자이자 서울대병원과 서울대 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특위) 위원장인 이윤성 교수가 “백선하 교수도 멀쩡하던 농민이 쓰러져서 사망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물대포에 의한 뇌출혈이라는 큰 줄기는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치의인 백 교수가 ‘백남기 농민은 물대포에 의해 사망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쓰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4일 아침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백 교수의 입장을 저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연명 의료를 하지 않은 것과 병사를 선택하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납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의 종류는 원래 사인에 따라 분류하는 게 원칙이다. 백남기 씨의 사망 원사인이 머리에 입은 손상이기 때문에 외인사(외부 원인으로 인한 사망)가 맞다”고 말했다. 백 농민 주치의인 백 교수는 전날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특위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가족들이 체외투석치료 등에 반대해 최선의 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사망에 이르러 ‘병사’로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만일 뇌수술을 받으면 백 교수한테 가서 수술을 받겠다. 그러나 내 사망진단서를 백 교수에게 맡기지는 않겠다. 사망진단서는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의대 법의학실 교수이며 대한의학회장,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방송 진행자가 “백 교수도 멀쩡하던 농민이 쓰러져서 사망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물대포에 의한 뇌출혈이라는 큰 줄기는 인정하는 것이 맞나”라는 질문에 이 교수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사망진단서 변경을 백 교수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진단서는 진료한 의사가 작성하는 거라 특위에서 강요할 수는 없다. 사망진단서와 무관하게 진단서가 아닌 형식으로 백 농민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는지 의견을 받으면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 출신이라 경찰의 책임을 덜기 위해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적으라는 외압이 있지 않았냐는 의혹은 부인했다. 이 교수는 “외압이 있었다는 증거는 찾을 수가 없었다. 사망진단서를 병사로 썼다고 해서 수사의 방향이 달라지거나, 부검 여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