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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조건부 부검 영장’에 법조계 일부 “유족과 합의없이 부검하면 위법”

등록 2016-09-29 18:46수정 2016-09-29 22:03

백남기 농민의 딸 백민주화씨와 정치인, 종교계, 사회원로, 시민사회단체대표 등이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 규탄 시국선언'을 열어 고인을 부검하려는 경찰을 규탄하고 부검 시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백남기 농민의 딸 백민주화씨와 정치인, 종교계, 사회원로, 시민사회단체대표 등이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 규탄 시국선언'을 열어 고인을 부검하려는 경찰을 규탄하고 부검 시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법원이 고 백남기씨의 주검에 대한 부검 영장을 여러 조건을 다는 초유의 형식으로 발부하면서 ‘강제 부검’이 가능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선 영장이 무효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28일 저녁 8시께 “부검을 하되,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이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며 검찰이 이틀 전 재청구한 시신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영장에 이례적으로 6가지 조건을 달았다. △부검장소는 유가족의 의사를 확인해 유가족이 원하면 서울대병원에서 해야 한다 △유가족이 희망할 경우 유가족이 지명하는 의사 2명, 변호사 1명을 부검에 참여시켜야 한다 △신체훼손은 최소한도로 해야 한다 △부검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야 한다 △유가족에게 부검 절차와 내용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영장은 야간에도 집행할 수 있다. 유효기간은 10월 25일까지다 등의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가족들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및 살인 정권 규탄 투쟁본부’는 영장 발부 2시간 뒤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의 손이 절대로 닿게 하고 싶지 않다는 유가족의 입장을 밝힌다”며 부검 반대 의사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경찰이 기습적으로 부검을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 시민들은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에 모여 밤을 새우며 경찰 투입에 대비하기도 했다.

여러 조건이 붙은 이례적인 영장의 형식 때문에 만약 영장 만료 기간까지 유가족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영장을 강제로 집행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법조계 일부에선 유가족과 합의를 하지 않고 부검하면 위법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29일 “영장 발부 취지는 유가족과 절차와 방법을 협의해서 객관성,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이 유가족과 제대로 된 협의를 하지 않고 영장을 집행하면 부적법한 집행이 될 수 있다. 영장 집행이 부적법하다면 유가족들이 준항고로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장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정열 전 판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법률 전문가 사이에서도 영장 해석이 달라, 오히려 분쟁이 조장되고 있다. 분쟁 해결이란 법원의 기본 책무를 망각한 판단”이라며 “영장에 조건을 붙일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명백하지 않다. 영장은 무효다. 집행돼서는 안 되는 영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고위 인사는 “조건을 달았더라도 영장은 기본적으로 강제성을 띈다. 끝내 유족이 협조하지 않으면 강제로 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장 집행은 긴 호흡으로 하겠다. 시간이 있으니 유족의 협조를 최대한 받아 법원 영장 발부 취지를 충분히 살릴 방법을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50분께 투쟁본부 쪽에 “부검 관련 협의를 진행하려고 하니 대표와 협의 일시, 장소를 오는 4일까지 알려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유족과 대책위 쪽에선 대응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고 백남기 변호인단의 단장인 이정일 변호사는 “조건부 영장이 형사소송법에 근거한 것인지 검토하는 중인데, 강제 부검을 피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일단 경찰로부터 영장을 넘겨받아 문제점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허재현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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