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에 백남기 농민의 시신 부검 영장이 발부됐다. 법원은 “장소와 방법에 관해 유족의 의사를 존중하라”며 조건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법은 28일 “부검을 실시하되,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이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며 검찰이 이틀 전 재청구한 시신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영장에 4가지 조건을 달았다. 법원은 유가족이 원하면 서울대 병원에서 부검을 실시하고, 유족이 지명하는 의사 2명, 변호사 1명을 부검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신체훼손을 최소한으로 하고, 부검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내일 유가족과 접촉해 (부검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게 우선이다. 유족의 의견을 최대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당일인 25일 밤 청구된 부검영장 중 진료기록 부분만 받아들이고 시신 부검에 대해선 “부검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없다”며 한차례 기각했었다. 하지만 이튿날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자 “부검이 필요한 이유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하라”며 이례적으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백씨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백씨의 사인이 물대포에 의한 외상이 명백하므로 부검이 필요 없다고 반발해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부검을 통해 밝히려고 하는 것이 범죄 사실의 인과관계가 아니라, 피의자인 경찰의 면책 사유로 보인다”며 “부검을 해 어떤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경찰의 물대포가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살인죄의 혐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허승 김지훈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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