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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백씨 부검 고집하는 경찰 ‘일베’쪽 주장에 따르는가?

등록 2016-09-27 18:07수정 2016-09-27 21:59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이 물대포 살수에 의한 뇌출혈이라는 것은 의학적으로 논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걸 논쟁적 사안인 것처럼 몰고 가는 것에 대해 의사로서 화가 납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27일 백남기 농민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검 영장 재청구에 분통을 터뜨렸다. 백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 뒤 316일 만에 숨질 때까지만 해도 사인이 ‘물대포’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사망 직후 경찰이 주검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신청하면서 백씨의 사인이 논쟁의 대상이 돼버렸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뒤 경찰이 재신청하자 논란이 확산됐고, 경찰이 부검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법원은 재청구된 부검 영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판사는 경찰과 검찰에 보낸 공문에서 “현 상태에서 부검의 압수수색 검증을 청구하는 이유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하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미 밝혀진 기초적인 사실관계와 316일 간의 서울대병원 의무기록으로 백씨의 사망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굳이 부검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히 해달라는 뜻이다.

특히 법원은 부검하려는 주된 이유가 “종래 제기된 ‘살수차에 의한 충격’ 등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제3자에 의한 외력으로 인한 충격이 사망의 인과관계에 영향을 줬음을 밝히기 위함인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경찰이 어떤 의도로 백씨의 주검을 부검하려는지에 대해 법원도 의심을 품고 있다는 얘기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전날 “화면을 보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것 같기는 한데, 머리에 생긴 외상이 물대포에 직접 맞아서인지, 넘어지면서 땅에 찧어서인지, 혹은 다른 원인이 있는지 등을 명확히 들여다보려면 부검을 해봐야한다”고 말했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베’에서는 줄곧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순간 빨간 우비를 입은 남성이 백씨를 덮치며 가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인 규명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부검을 신청한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살수차에 의한 것인지 빨간 우의 남성에 의한 것인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라고 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떤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은 불필요하고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부검을 통해 밝히려고 하는 것이 범죄 사실의 인과관계가 아니라, 피의자인 경찰의 면책 사유로 보인다”며 “부검을 해 어떤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경찰의 물대포가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살인죄의 혐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도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부검의 부당성은 명백하다”며 “경찰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그 부검의 이유를 먼저 부검하라”고 주장했다. 야3당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이 백남기 농민에 대한 추모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공개한 경찰청 내부 문서를 보면, 경찰은 백씨가 사망한 지난 25일 전국 지방청 경비과장에게 “공공장소에 분향소 설치 시도가 예상된다”며 ‘관할 행정청·관리자 등에 내용을 사전 고지해 대응토록 조치’, 공공부지는 관리주체가 사전제지토록 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업무연락을 내려보냈다. 경찰은 “추모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이 없도록 조치하려 한 것인데, 문구에 오해 소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허승 김지훈 송경화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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