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신임 경찰청장(오른쪽)이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우병우 민정수석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국민일보 이병주기자
검·경이 법원에 의해 26일 기각된 시신 부검 영장을 당일 재청구하는 등 고 백남기(69) 농민의 부검을 둘러싼 논란이 부각되면서 정작 사안의 핵심인 ‘물대포 관련자에 대한 수사’는 실종됐다. 백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공권력 남용에 대한 검찰 수사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1월 유가족들은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 7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10개월 남짓 지났지만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12월 큰딸 도라지씨와 권용식 보성군 농민회 회장이 고발인 조사를 한 차례 받았고, 지난 6월에야 신윤균 당시 서울경찰청 제4기동단장 등 경찰 4명이 피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핵심 피고발인인 강 전 총장과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여태껏 조사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를 불러 조사를 상당히 진행했고 계속 수사 중에 있다. 강 전 청장 소환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구도 백 농민 죽음 앞에 사과하지 않았다. 검찰은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수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검찰이 지금 당장 할 일은 부검이 아니라 사건을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해서 국가와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경찰 조직의 수장인 이철성 경찰청장은 물대포가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유가족을 분노케 했다. 이 청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불명확해 부검할 필요가 있다”며 “백 농민이 애초 병원에 입원했을 땐 두피 밑으로 출혈(지주막하 출혈)이 있었다고 되어 있었는데, 어제 주치의는 신부전(신장 기능 약화)으로 인한 심장 정지로 병사했다고 밝혔다. 사인이 불명확해 부검을 통해서 명확한 법의학적 소견 받아놓는 것이 오해의 소지를 없앤다”고 말했다. 이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전진한 전문의는 “백씨는 외부 충격에 의한 외출혈로 입원했고, 장기간 병원생활을 하면서 2차적으로 급성 신부전 등 여러 질병이 오게 됐는데, 신부전으로 사망했다고 보는 건 의학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지훈 서영지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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