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에 투숙했던 일본인 ㄱ(40)씨는 아침에 깨어보니 현금을 가득 넣어둔 지갑이 통째로 없어진 사실을 깨달았다. 자기 전에 곁에 놓아둔 지갑이 자고 일어나니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지갑이 보이지 않자 ㄱ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호텔 주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분석했다. 잠복근무 끝에 범행 보름만인 지난 20일 강남구 논현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김아무개(50)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가 호텔 객실 문을 여는 데 사용한 도구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발급해주는 회원카드 한 장이었다. 그는 플라스틱 소재의 이 영화관 회원카드를 객실 문틈에 수차례 밀어 넣는 수법으로 문을 열었다. 김씨는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만한 심야 시간대에 고급 호텔을 돌며 이런 수법으로 문을 열려 했고, 운 좋게 문이 열리면 안으로 들어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할 때면 호텔 분위기에 걸맞게 여행객처럼 옷을 화려한 것으로 골라 입어 의심을 피했다.
경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피해액만 호텔 3곳에서 금품 600여만원 상당에 달한다. 김씨는 전과 13범으로 특별한 직업이 없으며, 이전에도 절도 등 범행을 저질러 수차례 교도소에 드나들었다. 경찰은 김씨가 고급 호텔을 돌며 무작위로 문을 열어 범행했다는 점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추가범행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2일 김씨에 대해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지훈 이재욱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