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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 간부 “국정원 남은 예산 반납않고 양우회 넣어 사용”

등록 2016-09-06 20:59수정 2016-09-07 08:10

국정원 공제회 ‘양우회’ 대해부
양우회 ‘불법 운영’ 증언 잇따라
전 원장 “양우회 투자때 보고받아,
업무 겸임한 현직들 있어”
국가정보원이 현직 직원을 직원 공제회인 양우회 영리업무에 겸직시키는 등 불법 운영을 하는 실태가 복수의 국정원 전직 간부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국정원이 양우회와 회계를 분리하지 않아 국정원 예산이 양우회를 통해 불투명하게 집행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전직 국정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양우회에서 근무자를 별도로 채용해서 쓰기도 하지만, 국정원 직원 중에는 (국정원 업무와 양우회 업무를) 겸업하는 직원이 있다”고 말했다. 양우회 임원을 지낸 국정원 전직 고위 간부는 <한겨레>와 만나 “양우회 투자를 결정하는 주체는 국정원 현직들”이라며 “그들이 결정한 내용이 양우회로 넘어오면 양우회 이사장(대표이사)이 결재를 하는 구조다. 양우회 이사장은 사실상 바지사장”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양우회 당연직 이사들은 국정원 현직의 직급별 대표로 구성되고, 이들의 의견이 양우회 운영에 강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직원법(18조)은 국정원 직원의 영리업무를 금지하고 있다. ‘영리업무의 한계는 국정원장이 정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원장이 허락할 경우 일부 영리업무를 맡을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지금까지 양우회에 대해 ‘국정원과 무관하다’고 밝혀와 단서조항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 국정원에 영리업무에 대한 규정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국정원장이 정하는 영리업무의 한계’가 뭔지 법제처와 인사혁신처에 물었으나 두 곳 다 “국정원에 질의하라”고 답변을 피했다.

큰 규모의 양우회 투자 사업은 국정원장에게도 보고되며, 양우회를 총괄하는 국정원 내 간부가 기조실장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어느 전직 국정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양우회가 큰 투자를 결정할 때 결재를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보고는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양우회 예산이나 결산보고는 기조실장 결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차관급인 국정원 기조실장은 국정원의 예산과 인사를 담당하는 핵심 보직이다. 한 전직 기조실장과 복수의 전직 3~4급 직원들도 “기조실장이 조직·인사·예산·복지 등을 총괄하기 때문에 직원 복지와 관련돼 있는 양우회 운영 역시 기조실에서 관장했다”고 말했다. ‘양우회는 국정원과 무관한 조직’이라는 국정원 주장은 거짓인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정원 내부적으로 양우회 독립 문제가 논의된 적이 있었다. 한 전직 기조실장은 <한겨레>와 만나 “문민정부 이전까지는 양우회 조직이 국정원 내부에 있었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없었으나,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노무현 정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국정원 내부적으로 ‘양우회를 이렇게 (국정원이) 관리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있어 사단법인화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당시 ‘양우회를 국정원 현직 직원들이 운영하고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민간인인 퇴직 직원에게 양우회 대표이사를 맡기고, 당시 내곡동 국정원 안에 있던 양우회 사무실을 외부로 이전하는 등 운영 시스템에도 일부 변화를 줬다”고 덧붙였다.

양우회의 법인 등기부등본에 기록된 법인 설립 시기와 사무실 이전 과정은 이 전직 간부의 설명을 뒷받침한다. 법인 등기부를 보면, 법적 근거 없이 활동하던 양우회가 사단법인으로 법인화한 시기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7월이다. 법인 설립 당시 양우회 주소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국정원 주소지였으나, 김대중 정부 후반기인 2002년 1월 강남구 역삼동으로 사무실을 옮기고 법인 이름도 양우공제회로 변경했다.

국가정보원의 현직 직원 공제회인 양우회는 국정원으로부터 법적 근거 없는 기금을 받아 운영된다. 지난달 5일 오후 양우회의 자회사가 소유한 강원도 원주시 파크밸리골프클럽 모습. 원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가정보원의 현직 직원 공제회인 양우회는 국정원으로부터 법적 근거 없는 기금을 받아 운영된다. 지난달 5일 오후 양우회의 자회사가 소유한 강원도 원주시 파크밸리골프클럽 모습. 원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정원이 쓰고 남은 예산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양우회 계좌에 넣어 부적절하게 자금을 집행한다는 주장도 전직 직원에게서 나왔다. 한 국정원 전직 간부는 <한겨레>와 만나 “국정원이나 양우회는 직원 공제금으로 투자 사업 등을 벌여 수익금을 직원들에게 돌려준다고 이야기하지만, 양우회의 자산 운용 실태나 직원들에게 얼마의 수익금을 나눠주는지 등에 대해서 대다수 직원들이 알지 못한다”며 “국정원 예산 중 대부분은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활동비다. 국정원이 쓰고 남은 예산을 직원들 공제금이 담긴 양우회 기금 계좌에 넣고 자의적으로 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양우회의 운영이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양우회는 국정원이 다수의 직원 이름을 빌려서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정원이 양우회 계좌와 국정원 예산 계좌를 뒤섞어 쓴 사례가 있다.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가 예산을 빼돌려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 선거 자금으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 ‘안풍’ 사건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내용이다. 2001년 관련 의혹이 제기된 뒤, 사건 관련자인 김기섭 전 안기부 기조실장(운영차장)의 민사재판에서 법원은 2008년 “(안기부) 위장업체 중 ‘국제문제조사연구소’ 명의 계좌는 원래 안기부 직원들의 봉급을 재원으로 하여 조성한 직원 복지기금을 예치한 계좌였는데, 경위를 알 수 없으나 일부 계좌가 예산 관리에 사용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안기부가 예산을 관리할 때 양우회 계좌를 사용한 사실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양우회는 퇴직 직원에게 품위유지비인 ‘연구비’를 지급할 때 ‘국제문제연구소’ 명의를 쓴 적이 있다. 판결문에 나온 ‘복지기금’은 양우회 기금으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현직의 영리업무 참여’ 등 <한겨레>의 취재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김경욱 김민경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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