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의원들이 5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아 무기한 단식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 20일째인 지난 5일 밤 무기한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릴레이 단식으로 전환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추모 미사에서 유경근 4·16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의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보장에 대해 가족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하면서 방법을 찾아가기로 약속했다”며, 지난 17일부터 이어온 ‘사생결단식’(사생결단을 내기 위한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무기한 단식 농성 중단은 이날 광화문광장을 찾아온 박지원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의원들과 대화를 나눈 뒤 결정됐다. 전날 밤 호흡곤란, 구토, 두통 등의 증세로 단식중인 유가족 4명이 응급실서 긴급 조처를 받는 등 더는 단식을 하는게 위험하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 위원장은 “(그간 만남으로) 야 3당의 의지를 어느 정도 확인했다. 정답은 아니지만 정답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 한다”며 단식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로 무기한 단식농성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짧게는 단식 8일째인 강지은씨부터 길게는 20일째인 유 위원장 등 유가족 10명은 단식을 일단 중단했다. 유가족들과 함께 15일째 단식중이던 나승구 전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역시도 단식을 멈췄다. 이들은 현재 안산에 있는 한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는 중이다.
무기한 단식 농성은 중단했지만 함께 일일 릴레이 단식을 해온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은 계속된다. 유가족들보다 먼저 단식농성을 시작해 이날로 40일째를 맞은 특조위도 릴레이 단식농성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박지원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후 5시 유가족을 방문해 1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눴다. 박 원내대표는 “만약 여기서 더 사고나면 앞으로 누가 투쟁하겠나. 잠든 자식들을 위해, 아직도 찬 바다속에 있는 분들을 위해서도 단식을 끝내야 또 우리와 투쟁해 나갈 것 아니냐”며 단식 중단을 간곡히 요청했다. 유 위원장은 이에 “특조위가 사라지면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할 이유도 없어지고, 특검을 의결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며 “저희가 단식을 하는 이유는 9월 말 이내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원내대표 등이 “여소야대지만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특별법 개정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을 강조하며 “노력해보겠다” “믿어달라”는 말만 반복하자 유가족들 사이에선 울분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강지은씨는 ”믿어달라는 말 우린 수없이 들었다.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 650만명 서명 받아 갖다줬고 지금도 서명받고 있다. 뭘 더 어떻게 해야 유가족들의 뜻을 알리냐”며 “사고의 원인, 구조 못한 책임, 배를 못 끌어올리는 이유를 알고 싶다. 여기 와서 유가족들 눈물 닦아주는 제스처만 하지 말고 제발 좀 방법을 찾아와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도 “10월이 되면 국회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저를 포함해 특조위 직원들은 모두 일반 시민일 뿐”이라며 “당장 특별법 개정이 어렵다면 10월 이후라도 제 신분을 보장하는 잠정조처라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야 3당 공조협의체를 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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