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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 “유우성씨 대북송금 기소는 검찰 공소권 남용”

등록 2016-09-01 21:55수정 2016-09-01 22:22

외국환거래 위반 기소건 공소기각
검찰 4년 전엔 기소유예로 매듭
유씨 ‘국정원 증거조작’ 고소하자
2014년, 예전 혐의 꺼내 기소
법원 “어떤 의도 있는 듯 보인다” 비판
‘국정원 간첩증거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36)씨가 불법 대북 송금 사업에 연루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기소된 재판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찰이 4년 전 기소유예 처분한 사건을 다시 기소한 것은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보복성 기소’를 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준)는 1일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분은 공소기각하고, 북한 화교 출신임을 속이고 순수 북한 이탈주민으로 위장해 정착지원금 등을 받은 부분(위계공무집행 방해)에 대해서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두 혐의 모두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검찰이 2010년 유씨를 기소유예 처분한 뒤 2014년 이를 번복하고 다시 기소했지만 그 사이 의미 있는 사정의 변경은 없었다. (과거 불기소 처분한 동일 사건은 각하를 원칙으로 하는)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라 각하처분돼야 했다”며 “(기소한 것은)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14년 2월 유씨와 그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들이 국정원 직원들의 증거 조작 사실을 밝혀내자, 그 직후인 그해 5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두봉)는 4년 전 처벌하지 않고 넘어간 유씨의 대북 송금 혐의를 다시 꺼내 기소했다.

유씨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중국에 사는 친척의 부탁을 받고 국내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을 위해 통장 명의를 빌려준 것이 드러나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2009년 9월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유씨가 초범이고 예금계좌를 빌려준 것으로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며 이듬해 3월 기소유예 처분했다.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생활비를 직접 보낼 방법이 없어 중국인을 거쳐 돈을 보내는 것은 탈북자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재판부는 “검찰은 조선일보 등이 한 추측성 보도 2건과 한 탈북자의 고발장만 제출했다. 이는 중요 증거가 발견된 경우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씨를 기소한 이유에 대해 “유씨가 대북 송금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추가로 나왔다”고 설명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씨의 변호인단은 재판 뒤 연 기자회견에서 “증거조작된 사실을 밝혀내 검찰을 곤란하게 만든 유씨에게 검찰이 보복성 기소를 한 것”이라며 “사법부가 ‘의도가 있어 보이는 공소권 남용’이라고 지적한 만큼 보복성 기소를 누가 결정했고 준비했는지 밝혀내어 검찰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유씨는 “국정원과 검찰의 괴롭힘으로 지난 4년간 삶이 만신창이가 됐다. 이제 더이상 괴롭힘 당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유씨는 2004년 탈북해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간첩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됐지만, 국정원 직원의 증거 조작이 드러나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허재현 김지훈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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