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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온라인서 내 정보 돈받고 제공돼도 알권리 위한 공공성 있다면 가능

등록 2016-08-30 09:37수정 2016-08-30 11:52

[밥&법] 판결 체크
법대 교수, 자신의 개인정보 공개한
로앤비, 네이버 등 대상으로 소송
2심 “정보주체의 재산이익 침해” 유죄
대법원 “이미 공개된 정보” 무죄 판결
네이버 프라이버시센터 소개 이미지.   네이버 제공
네이버 프라이버시센터 소개 이미지. 네이버 제공
네이버에서 이름을 치면 가장 위에 나오는 ‘인물정보’ 서비스. 많은 분들이 익숙하실 겁니다. 만약 여러분이 공직을 맡게 되거나 조금 알려진 인물이 돼서 이런 인물정보 서비스에 올라온다면 어떨까요? 나도 ‘유명해졌다’면서 기분이 좋아질까요? 아니면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며 불쾌한 기분이 들까요?

백원기 인천대 교수(법학)는 2008년 자신의 정보가 법조계 인물정보를 유료로 서비스하는 ‘로앤비’에 올라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유료 인물정보 서비스 ‘조인스 인물정보’(중앙일보사 운영)와 ‘피플조선’(디지틀조선일보), 무료로 서비스하는 포털 네이버와 엠파스(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에도 자신의 정보가 등재돼 있었습니다. 업체들이 대학 누리집, 사립대학 교원명부, 대학교 교수요람 등에서 수집한 정보들이었습니다. 백 교수는 “동의도 없이 내 정보로 돈벌이를 하는 것은 횡령이나 사기”라고 생각해 2009년 1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공식적인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같은 해 5월 조정위는 업체들에 백 교수에게 각 50만원씩을 주라고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로앤비 등 2곳이 승복하지 않아 2012년 5월 “사생활과 자기정보통제권, 초상권 등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업체들을 상대로 ‘각 300만원씩 부당 이득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신중권 판사는 ‘조정 결정을 기준으로 시효 3년이 지나서 손해배상청구권이 없어졌다’며 백 교수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박관근)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영리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한 것은 위법하다”며 로앤비에 “백 교수에게 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른 4개 업체는 2008~2009년 백 교수가 항의한 직후나 조정신청이 들어왔을 때 정보를 지웠는데, 로앤비만은 2012년 소송이 제기될 때까지 정보를 지우지 않아 시효가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2심 재판부는 “재산적 가치로 환원될 수 없는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그 자체가 개인정보의 오남용”이라며 “재산적 가치가 있는 개인정보의 경우엔 정보주체의 재산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등 7가지 이유를 들어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7일 대법원 3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습니다. 어떤 이유였을까요? 대법원은 백 교수가 “이미 개인정보를 공개할 당시 개인정보 수집과 제3자 제공 등에 대해서도 일정한 범위에서 동의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동의의 범위가 외부에 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정보주체의 별도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면, 정보주체나 개인정보 처리자에게 무의미한 동의 절차를 밟기 위한 비용만을 부담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나중에 정보주체가 개인정보 공개를 정지해달라고 요구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보호받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현대사회에선 개인정보가 일정 정도 공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무조건 옹호하지는 않습니다.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사회 전체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 경제적 효율성 등을 비교해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비교 형량)이 법원의 기본적인 법 해석 자세입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인물정보 서비스 업체에 공개된 내용 중에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것이 없고 대체로 공적 존재인 교수로서의 직업적 정보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연구용역을 의뢰할 계획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 대학 진학을 계획하는 수험생과 학부모 등이 최소한도로 제공받아야 할 공공성 있는 개인정보”라고 밝혔습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사에서 개인정보가 포함된 보도를 하고 구독료나 광고비를 받는 영리활동을 한다고 해서 문제 삼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 내려진 자연스러운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만약 여러분도 백 교수처럼 포털 등에서 본인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이를 내리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4조에선 정보주체의 권리 중 하나로 “개인정보의 처리 정지, 정정, 삭제 및 파기를 요구할 권리”를 보장합니다. 저도 얼마 전에 제가 네이버 인물정보에 올라가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검색창에 이름을 쳐넣어 본 적이 있습니다. 제 이름으론 67명이 등록돼 있었는데, 저는 없더군요. 기자 일을 좀 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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