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에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아무개 할머니가 지난 7일 오후 국민참여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대구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농약 넣은 사이다 마시게 해
2명 사망 4명 중태…구호조치 하지 않아
대법 “간접증거로도 의심 여지없는 살인”
2명 사망 4명 중태…구호조치 하지 않아
대법 “간접증거로도 의심 여지없는 살인”
사이다에 농약을 넣어 할머니 2명을 숨지게 한 이른바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의 주범 박아무개(82)씨의 무기징역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9일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박씨는 지난해 7월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농약을 몰래넣은 사이다를 마시게 해 마을 주민 정아무개(86)씨 등 등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화투놀이를 하다 다툰 피해자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마을회관 냉장고에 들어있던 사이다에 농약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농약이 든 사이다를 마시고 쓰러져 괴로워하는 피해자들과 1시간이 넘도록 마을회관에 함께 있으면서 아무런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박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2심도 같은 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심리의 핵심은, 살해 당시 모습이 찍힌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등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간접 증거로만 박씨의 살인 행위를 인정할 수 있느냐였다. 대법원은 △범행 당시 마을회관에 있던 6명 중 농약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사람은 피고인 뿐인 점 △박카스 병뚜껑으로 사이다 병이 닫혀 있었는데, 피고인의 집에서 뚜껑이 없고 농약(메소밀)이 든 박카스 병이 발견된 점 △피고인의 옷과 전동차, 지팡이에서 같은 농약 성분이 검출된 점 △박씨가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 다양한 간접 증거를 근거로 박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관한 직접 증거는 부족하지만 간접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알 수 있는 여러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본 원심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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