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전면 단식 선언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6.8.24 jjaeck9@yna.co.kr/2016-08-24 13:13:58/연합뉴스
“그동안 할 수 있는 건 정말로 다 해봤어요. 이제 진짜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남지 않아 단식을 합니다. 오늘도 피가 마르고, 뼈가 녹는 유가족들이 더는 거리에 나서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23일 오전, 세월호 참사 당시 아들 재욱군을 잃은 홍영미씨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피를 토하듯 호소했다. 홍씨를 비롯해 4·16세월호 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 소속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적인 단식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난 17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도입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장훈 진상규명분과장과 함께 동조 릴레이 단식농성에 나선 것이다. 장동원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 팀장은 “몇 명이, 얼마동안 단식한다는 계획없이 자발적인 신청을 받아 매일 이어갈 예정”이라며 “현재 확인한 바로는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7반 부모들을 포함해 약 12~15명이 단식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가족협의회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도입,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선체조사 보장이 이뤄질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면적 단식 농성에 돌입한 것은 말 그대로 무엇 하나 손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아직까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 한 참사 희생자 수만도 9명.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기도 전에, 특조위는 정부의 강제 활동 종료 선언으로 손발이 묶인 상태다. 단원고에 자리했던 ‘기억교실’마저 이전되고, 일부 보수언론에선 “광화문 한복판 세월호 천막도 이젠 걷을 때가 되지 않았나”라며 ‘세월호 피로감’을 얘기하고 있다.
이날부터 단식에 참여한 홍씨는 “지난 주말 안산 단원고 교실이전을 하면서 심적으로 힘들었고 많이 아팠다. 교실을 빼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빼느냐’가 문제인데 쫓겨가듯 이전하게 된 상황이 마치 특조위가 강제로 종료되는 상황과 비슷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식이라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 같아서 단식 농성에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경근 집행위원장도 “(19대 땐) 야당이 의석수가 모자라(어쩔 수 없)다고 해서, 20대 총선에서 우리들이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우릴 이용했던 야당은 자신이 왜 이 일을 하지 않는지에 핑계만 찾고 있다. 국회가 움직여야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마지막 희망을 갖고 죽을 때까지 단식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