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복주 등 4개 계열사, 사무직여성 결혼뒤 퇴사 강요
인권위 “60년간 예외없이 적용” 확인해 관행개선 권고
인권위 “60년간 예외없이 적용” 확인해 관행개선 권고
결혼하는 여성 직원에게 퇴사를 강요해 논란을 빚은 대구·경북 지역 주류업체 금복주가 창사 이래 60년 가까이 이런 성차별적 고용관행을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금복주·경주법주·금복개발과 이들 회사의 지주회사인 금복홀딩스 등 4개 회사의 성차별적 인사 관행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권위는 금복주에서 홍보팀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여성 직원이 “결혼 계획을 회사에 알리자 퇴사를 강요받았다”며 진정한 사건을 조사하던 중 금복주와 관계사들의 성차별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온 정황을 확보하고 직권조사를 벌였다. 당시 회사관계자는 이 직원에게 “창사부터 50년이 넘도록 결혼한 여직원은 사무직에는 없다”며 “회사 일을 못 해서 나가는 게 아니라 결혼하고 난 뒤 다니는 여직원이 없기 때문”이라며 관례를 이유로 여직원에 퇴직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인권위 조사 결과, 이들 회사는 1957년 창사 이래 결혼하는 여성 직원을 예외 없이 퇴사시켜 온 것으로 확인됐다. 퇴사를 거부하는 여성에게는 근무환경을 적대적으로 만들거나 부적절한 인사 조처를 해 퇴사를 강요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의 정규직 직원은 모두 280여명이지만 이 가운데 여성은 36명에 불과하다. 특히 사무직의 경우 진정인을 제외한 모든 여성이 미혼이었으며, 이들은 고졸 이상 학력조건으로 채용돼 순환근무 없이 경리·비서 등의 일부 관리직 업무만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회사의 핵심 직군인 영업직과 관리직 170명 중 여성은 진정인 단 1명 뿐이었다. 여성 직원 중 기혼여성도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입사 전에 결혼해 생산직으로만 근무했다. 인권위는 이들 업체가 “장기적 전망으로 안정적 근무를 할 수 있는 업무에는 대부분 남성을 채용하고 여성에게는 주로 경리·비서 등 관리직 일부 직무만 맡겼을 뿐만 아니라, 여성은 고졸 등 상대적으로 낮은 학력 기준으로 채용해 주임 이상 승진을 배제하고 평사원으로만 근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회사에선 승진과 경조휴가 사용에서도 성차별이 이뤄졌다. 승진이 가능한 근무 기간 요건에 남성의 군복무 기간을 반영해 같은 학력, 같은 직급으로 채용된 여성은 2년 늦게 승진하도록 하기도 했다. 경조 휴가에서 남성 직원의 경우, 친가에 대해선 승중손(아버지를 할아버지 보다 먼저 여의어,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상의 제사를 받드는 장손)일 경우 어떤 식으로 휴가를 부여한다는 등 구체적인 가족 사정까지 고려한 규정을 뒀지만, 아내의 친정 쪽의 경조사 시 휴가를 부여하지 않았다. 또 기혼 여성 직원에 대해선, 친정 쪽 경조사에 대해선 휴가를 부여하지 않고, 시가 쪽에 대해서만 인정해주기도 했다.
인권위는 이와 같은 관행이 1987년 제정한 ‘남녀고용평등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여성 노동자의 결혼을 퇴직 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복주 쪽은 직권조사 도중 여성 직원이 결혼하면 모두 퇴사하도록 했다는 관행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불합리한 고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인권위에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수십년 동안 누적된 불합리한 규정과 관행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채용·배치·임금·승진·직원복리 등 인사운영 전반에 걸쳐 관행을 개선해 성평등한 인사운영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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