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수입 금괴의 원산지를 제때 증명하지 못한 삼성물산에 수억원의 관세를 물린 것을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4일 삼성물산이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관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삼성물산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삼성물산은 2006년 11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스위스산 금괴를 수입한 뒤 인천공항 세관에 수출자 발행의 원산지신고서를 제출했다. 삼성물산은 우리나라가 유럽연합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세율 0%를 적용해 수입 신고했다.
하지만 서울세관은 스위스산 금괴에 관한 협정세율 적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2008년 6월 스위스 관세 당국에 원산지 검증을 요청했다.
서울세관은 협정에서 회신기한으로 정한 10개월이 지나도록 회신을 받지 못하자 2009년 8월 특혜관세대우를 배제하고 기본 관세율 3%를 적용해 관세 6억3천만원과 부가가치세 6300만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이후 스위스 관세 당국은 원산지 검증과 관련된 자국내 소송 등을 이유로 회신 기한이 지난 2010년9워롸 2012년1월에서야 삼성물산이 수입한 11건의 금괴 중 9건의 원산지가 스위스가 맞다고 회신했다.
재판에서는 수출국인 스위스 관세당국이 정해진 기간을 경과해서 회신하거나 회신내용이 충분하지 않은 이유로 삼성물산이 특혜 관세 대우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 정당한지가 쟁점이 됐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제24조 7항은 검증요청일로부터 10개월 이내에 회신이 없는 경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특혜관세대우를 배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 2심은 “예외적인 경우를 광범위하게 해석할 경우 간접검증 방식의 실효성을 상실한 우려가 있고, (스위스 내) 소송 제기 등 외부적인 요인이 회신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없다”며 관세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2010년과 2012년에 온 스위스 당국의 회신만으로는 금괴의 원산지가 스위스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받아들이며 “스위스 관세당국은 최종회신 내용을 지지할 상세한 설명과 증빙자료(원재료 내역서, 공정 관련 증빙서류 등)를 제시하였어야 하나 증빙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건 금괴의 생산자들이 원산지와 비원산지 재료를 혼합 사용하여 금괴를 생산하면서도 자유무역협정 규정에 따른 물리적 또는 구분회계기법에 따른 재료의 구분 보관 또는 관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해당 수입건이 규정상 예외적인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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