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동구의 한 복합쇼핑몰에 있는 코인라이더를 타던 중 손가락을 다친 김아무개(2)양이 피부 조직을 꿰맨 뒤 손가락에 붕대를 감은 모습이다. 김아무개씨 제공.
“영유아가 주로 이용하는데 왜 아이에게 위험한 소재로 만들고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게 설계를 했는지 모르겠어요. 놀이기구 옆에는 안전요원도 없었습니다. 안전관리 기본조차 안 돼 있는 것 아닌가요?”
서울 강북구에 사는 김아무개(41)씨는 지난 7일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의 복합쇼핑몰을 찾았다가 두 살배기 딸이 사고를 당했다. 김씨의 딸은 동전을 넣으면 약간 흔들리며 노래가 나오는 코인라이더(동전 주입 놀이기구)의 장비에 손가락을 깊게 베였다. 원인은 좌석 앞에 부착돼 있던 스피커였다. 상어의 아가미 모양으로 세 줄로 구성된 이 금속 장비는 어린아이 손가락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정도로 벌어져 있었고 표면이 날카로웠다. 김씨는 “쇼핑몰이나 제조사는 사고가 난 뒤에도 그 놀이기구를 그대로 두었고, 사고가 난 부위에 ‘날카로워 다칠 수 있다’는 주의 문구도 설치하지 않았다. 안전관리 의식이 형편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등 대형기구는 안전점검·요원 배치 의무지만
대형마트·키즈카페·복합쇼핑몰 코인라이더·꼬마기차 등 미니 기구는 비검사 대상으로 ‘사각지대’
사고 나도 버젓이 운영 안전요원 없고 주의 문구도 없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안전 인증 등 대책 마련 공감”
19일 오후, 기자가 확인에 나섰다. 쇼핑몰에는 여전히 이 코인라이더가 운영되고 있었고, 위험을 알리는 경고 문구도 없었다. 이 놀이기구를 제조·판매·관리하는 ‘다니엘의 친구들’ 관계자는 “사고가 난 제품은 초창기 모델인데 전국에 30여개 정도 된다”며 “사고가 난 만큼 해당 모델을 새 모델(일자형 스피커)로 바꿀 계획이다. 피해자에게 보험을 통해 치료비 등을 배상하겠다. 이러한 사고가 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대다수 마트나 키즈카페, 복합쇼핑몰에선 동전을 넣으면 흔들리며 노래가 나오는 코인라이더가 운용되고 있다. 꼬마 기차, 미니 자동차, 미니 비행기, 배터리 카, 붕붕 뜀틀, 미니 에어바운스 등 다른 어린이 놀이기구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이런 놀이기구 가운데 상당수가 정기적인 안전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등 안전관리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국 생활안전팀이 2010년과 2014년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놀이공원·키즈카페 등에 설치된 어린이 놀이기구에서 안전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에는 만 11살 어린이가 동전을 넣고 타는 로봇을 이용하기 위해 발판에 서 있다가 놀이기구가 회전하면서 천장 철제물과 로봇 사이에 목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이는 뇌사 상태가 됐고, 해당 놀이기구는 철거가 됐다. 2014년에는 한 남아가 키즈카페에서 회전목마를 타면서 목마 배 쪽에 발을 넣었다가 발가락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2015년에는 6살 남아가 에어바운스에서 뛰다가 넘어져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 진단을 받기도 했다.
대형마트나 키즈카페, 복합쇼핑몰, 유원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인라이더(동전 주입 놀이기구)나 미니 열차, 미니 비행기 등 간단한 어린이 놀이기구가 정기적으로 안전검사를 받지 않는 등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어린이들은 위험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보호자는 물론이고 놀이기구 제조업자와 놀이기구를 운영하는 사업주들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그런데도 현행 법률상(관광진흥법) 코인라이더나 미니 열차 등에 대해 정부는 위험성이 낮다는 이유로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비대상 놀이기구로 분류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시를 보면 이용자에게 재미, 즐거움, 스릴을 제공할 목적으로 제작된 장치 또는 시설물을 ‘유기 기구, 유기 시설’로 정의한다. 유기 시설 및 유기 기구는 안전성 검사 대상과 비검사 대상 기구로 나뉜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서 볼 수 있는 바이킹, 롤러코스터, 범퍼카, 플룸라이드 등 규모가 큰 놀이기구는 안전성 검사 대상이지만, 미니 비행기나 미니 기차, 미니 자동차 등은 비검사 대상 기구로 분류된다. 안전성 검사 대상 놀이기구는 정기 검사를 연 1회 이상 해야 하고, 안전관리자는 매일 1회 안전점검을 하고 결과를 안전점검기록부에 기록·배치해야 한다. 또 안전관리 요원도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비검사 대상 기구로 분류되면 비대상 기구라는 확인만 받으면 된다. 이런 비검사 대상 기구를 이용하는 시설은 기타유원시설업으로 분류되는데, 최근 2년간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3년 100곳에 불과했던 기타유원시설업은 2014년 291곳, 2015년 561곳으로 급증한 것이다.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계속 제기돼왔다. 한국소비자원 생활안전팀은 2014년 보고서에서 “안전성 검사 비대상 놀이기구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기타 유원시설이 증가 추세이고, 동전을 넣고 이용하는 승용물 놀이기구의 경우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놀이기구의 주 이용층이 어린이임을 고려해 비검사 놀이기구를 안전성 검사 대상 놀이기구로 정하고 안전요원 배치, 주의 문구 게시, 안전점검 등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최근에서야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유기 시설, 유기 기구가 워낙 형태가 다르고 종류가 다양해서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전성 검사 비대상 놀이기구의 경우 작고 완제품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공장에서부터 안전 인증을 받고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관계 부처와의 협조와 검토가 필요하다.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