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로 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22일 오전 학생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서쪽 출입문 앞에 마련된 `학생들과의 대화를 기다리는 장소'에서 학교와 관련된 질의응답, 의견개진, 제안을 받기 위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총장 및 교무위원들은 본관 서문 입구에서 학생들과의 면대면 만남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입니다.” (22일 이화 브리핑)
22일 오전9시께,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서쪽에 들어선 흰 천막 아래 최경희 총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 26일째를 맞은 이날, 최 총장은 학생들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다시 나섰다. 농성중인 학생들은 “(최 총장이)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진정으로 사과하고, 사퇴로써 책임져 달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화의 난’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 총장은 이날 오전부터 기획처장 등 주요 교무 위원들과 함께 학생들이 농성 중인 본관 서문 입구에 천막을 치고 ‘학생들과의 대화를 기다리는 장소’를 무기한 운영한다. 취재진이 최 총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다가가자 한 교무위원이 가로막았다. 그는 “총장님은 학생들과 대화하고 싶어 한다. 취재진에게는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최 총장은 매일 오전9시부터 오후1시까지, 부총장이 오후1시부터 오후5시까지 천막에 머물며 학생들과 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최 총장은 오는 24일, 이씨씨(ECC) 이삼봉홀에서 재학생과의 대화 행사인 ‘총장과의 열린 대화’를 열겠다고 밝혔다.
최 총장이 머물고 있는 천막 맞은편에는 선글라스와 마스크,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학생 2명이 피켓을 둘러맸다. 피켓에는 “면대면 대화 강요함은 대화 아닌 폭력입니다.”, “형식적인 답변 아닌 진실 해명을 요구합니다” 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한낮 땡볕 아래, 학생들은 30분 간격으로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최 총장은 지난 20일, 학내 교수와 교직원들에 메일을 보내 최근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모든 구성원의 입장과 의견을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21일에는 최 총장이 농성 중인 학생들에게 ‘사랑하는 이화인 여러분들께 드리는 총장의 첫 편지’를 보내 “학내 소통과 안정화, 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본관에서 점거 농성중인 학생들은 22일 오전 8시께, ‘총장님의 첫 편지에 대한 이화인들의 답장’을 내어 “학생들은 ‘주동자’ 처벌의 두려움과 그 날(1600명의 경찰이 학내에 진입했던 7월30일)의 기억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대면 대화가 어려워 (최경희 총장에게)서면 대화를 부탁했지만 또 다시 일방적으로 대면 대화를 주최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유감을 표했다.
학생들은 그러면서 “보여주기 식의 대화로 학생들과 총장님의 상실된 신뢰를 메우기에는 그 간극이 너무나 크다”며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진정으로 사과하고, 사퇴로써 책임지는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을 보여달라”고 최경희 총장 사퇴 촉구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이화의 난’ 초반에 중재에 나섰던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3일 오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2차 성명서 서명 결과보고와 교수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공동회장(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2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최 총장의 리더십이나 행정력으로는 이화여대 사태가 해결이 안될 것으로 판단을 해 교수협의회쪽도 오랜 고민 끝에 총장 사퇴를 주장하게 된 것”이라며 “학생들과 총장이 평행을 걷고 있어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총장의 대면 제의도 일방적인 방식으로 학생들한테 공문으로 던진 것이라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지난17일 성명서를 내어 “소통의 부재와 일방적인 리더십으로 현 사태를 초래하고 공권력까지 투입함으로써 이화의 명예를 훼손하고 학생의 자존과 교수의 권위를 실추시킨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 총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오늘(22일) 오후5시까지 추가 서명을 받고 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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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로 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22일 오전 학생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서쪽 출입문 앞에 마련된 `학생들과의 대화를 기다리는 장소'에서 학교와 관련된 질의응답, 의견개진, 제안을 받기 위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장소 옆에서 이대 학생들이 면대면 대화를 거부하는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