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샥스핀’ 요리용으로 손질된 상어 지느러미. 한겨레 자료사진
청와대 오찬상에 오른 ‘샥스핀’(상어지느러미) 요리가 촉발한 비윤리성 논란이 국내 주요 특급호텔 중식당으로 번지고 있다. 요리 재료로 쓰기 위해 이뤄지는 잔인한 어업 방식이 새삼 알려지며, 동물학대 반대 이슈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국내 특1급 호텔 중 26곳을 대상으로 샥스핀 요리 판매 실태를 조사해보니, 롯데호텔과 신라호텔 등 12곳에서 샥스핀 요리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이들 호텔의 중식당 메뉴판에는 ‘특급 상어 통꼬리지느러미 찜’이나 ‘홍소소스 상어 꼬리지느러미’ 등이 포함된 1인당 17만~38만원선의 코스 요리들이 적혀 있었다. 환경련은 “더플라자 호텔의 경우, 매해 명절마다 중국 3대 진미 중 하나라며 ‘샥스핀 찜’ 선물세트를 대대적으로 판촉하는 등 샥스핀 요리를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샥스핀 요리를 판매하고 있는 12개 호텔에 대해 판매 중단을 호소하는 공문을 2015년에 보냈으나 아직도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샥스핀 요리에 대한 비윤리성 논란은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의 청와대 오찬 때 샥스핀이 송로버섯, 캐비아 등과 함께 메뉴로 올라오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상어의 지느러미만 잘라낸 뒤 몸통을 산 채로 바다에 던지는 야만스러운 채취 때문에 샥스핀 대량 소비국인 중국에서도 시진핑 정부가 공식 연회에서 퇴출시키는 등 이 요리 판매를 불법화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이후 트위터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지느러미가 잘린 채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상어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수백건 이상 공유되는 등 샥스핀 요리를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또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가 지난 18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청와대의 ‘샥스핀’ 오찬을 규탄하며 1인시위를 벌이는 등 환경·동물단체 등도 ‘멸종위기 상어 보호’, ‘동물학대 금지’ 등을 이유로 샥스핀 요리 판매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환경련이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메리어트 체인 호텔과 힐튼 계열 호텔 등 9곳은 상어보호 운동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샥스핀 요리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나머지 5곳엔 아예 중식당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