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찰관 통화는 감찰 내용 흘린 것 아냐”
청와대가 19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해 ‘국기문란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자 법조계에서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19일 춘추관에서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하고, 특정 언론과 의견 교환을 진행한 것은 특별 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판사들은 이 특별감찰관이 언론과 나눈 대화 내용이 특별감찰관법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누설이라는 것은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을 외부에 흘리는 행위라고 법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이 특별감찰관의 발언이 새로운 감찰 사실을 흘린 누설로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법 22조는 ‘특별감찰관은 감찰 착수 및 종료 사실, 감찰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감찰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라 법적으로 누설에 해당하려면 더 구체적인 혐의 관련 내용을 기자에게 알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특별감찰관 발언은 일반적 수준이었다. 수사범위와 대상은 전 국민이 아는 공지사항이 아니었나. 어떻게 특별감찰관법 위반이란 것인지 납득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일종의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대상이 되자마자 이 특별감찰관을 비판하는 청와대 발표가 나왔다는 것은 검찰에 우 수석 수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아마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되겠지만 청와대가 우 수석을 저렇게 감싸고 도니 검찰 수뇌부는 무척 곤란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수도권의 한 법원 부장판사는 “국정원 정치 댓글 사건이 터지자 국정원 직원 인권 유린 사건으로 둔갑시켜 본질을 흐리게 한 세력이 있었다. 우 수석의 비위행위 사실여부를 가리는 게 사건의 본질인데 엉뚱하게 정보 유출 사건으로 물타기하려는 것이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의 모양만 살펴보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변호사단체 간부는 “이 특별감찰관은 법조인들 사이에서 보수와 진보 어느 쪽에도 서지 않고 에프엠 대로 사는 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검찰에 수사의뢰 하는 모습 보면서 존경스럽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오늘 아침 청와대의 반응은 무척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검찰은 늘 언론사 기자들에게 피의자의 혐의 사실을 공표하고 수사계획까지 설명한다. 이 특별감찰관이 기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할 순 있지만, 그정도 내용만으로 특별감찰관법 위반이라고까지 하는 것은 검사 출신인 우병우 수석이 스스로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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