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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으이구 징그러운 놈”…수백명씩 고소하는 ‘변희재들’

등록 2016-08-09 10:47수정 2016-08-09 11:38

동네변호사 간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박아무개(56)씨는 얼마 전 난데없는 소장을 하나 받았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지난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유명한 보수 논객 변희재씨였다. 변씨는 소장에 “2015년 말, 박씨가 나에 대한 기사에 ‘으이구 징그러운 놈’이라는 댓글을 달아 나의 사회적 평판이 저하됐다”며 15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요구했다. 댓글을 단 기억조차 가물가물했던 박씨는, 변씨 쪽에 연락해 ‘이게 소송까지 할 일이냐’며 사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재판으로 스트레스를 받느니 얼마라도 주고 합의하려고 했지만 “100만원 아래로는 합의가 안 된다”는 말이 돌아왔다. 박씨가 받은 소장에는 댓글을 달았던 다른 12명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최근 서너 달 동안 변씨로부터 댓글 때문에 소송을 당한 사람은 200명이 넘는다.

인터넷엔 온갖 말들이 넘쳐난다. 따뜻하고 착한 말만큼이나, 거칠고 험한 말도 많다. 극단적인 인신공격,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표현을 어떤 식으로든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지금은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이유로 형사고소를 해 처벌을 받게 하거나,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는 방법이 주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수위를 넘은 극단적인 언사만이 아니라 다소 격한 감정 표현, 직설적인 풍자까지 손쉽게 제재와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변씨뿐 아니라 강용석 전 의원 등 공적 인물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달린 비판적 댓글들을 대량으로 형사고소하고, 소 취하 조건으로 합의금을 받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 나서는 일이 최근 크게 늘었다. 대량 고소가 많아지다 보니, 수많은 댓글을 내용과 수위에 따라 선별하기보다 일단 모조리 고소 대상으로 삼고 보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고의적으로 악플을 달도록 ‘유인’해 이를 빌미로 대량 고소를 하는 일도 벌어진다. 몇 해 전 나를 찾아온 의뢰인은 택배기사들의 파업을 비난하는 글에 “혹시 일베충이 쓴 글 아닐까”라는 댓글을 썼다가 원글 게시자인 ㄱ씨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다. 확인해보니 ㄱ씨가 그해에 모욕죄로 고소한 사람만 500명이 넘었다. ‘고소왕’ ㄱ씨가 악플을 유도한 방법은 이렇다. 그는 다음 아고라처럼 진보 성향 이용자들의 반감을 부를 만한 자극적인 내용의 글을 썼다. 글의 어딘가에는 ‘저는 ××에 사는 A입니다’라는 문장을 빼놓지 않았는데, 이는 자신을 모욕죄 피해자로 특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댓글로 자신의 글에 욕설을 하는 등 격하게 반응하면, 여지없이 모욕죄로 형사고소했다. 고소당한 사람들은 줄줄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내 의뢰인을 상대로 300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도 추가로 제기해, 재판 과정에서 그를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나는 “스스로 악플을 유도한 정황이 있고,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법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다.

고소왕들을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댓글의 내용과 경위를 면밀히 살펴 처벌이나 제재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묻지마식 대량 고소’의 인센티브를 줄여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모욕이나 명예훼손 관련 법제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 형법상 모욕죄 조항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경우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어 그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넓다. 어디까지가 모욕인지, 어디까지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도 주지하지 못하다 보니, 일단 고소하고 보자는 식의 마구잡이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정민영 변호사
정민영 변호사
댓글로 인한 피해구제가 필요하더라도, 처벌과 제재는 가능한 한 촘촘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인에게 “으이구 징그러운 놈”이라고 했다고 소송을 당한다면 무서워서 어디 글 하나 제대로 쓸 수 있겠나.

정민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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