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모텔' 운영자는 청소년이 이성과 함께 숙박하는 것(이성혼숙)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신종, 변형 숙박업소 규제를 위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7일 청소년의 이성혼숙을 방조한 혐의(청소년보호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숙박업자 고아무개(47)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경북 칠곡에서 무인모텔을 운영한 고씨는 15세 여중생이 30대 남자와 모텔에서 성관계를 갖도록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씨의 시설은 주인이나 종업원 없이 이용자들이 자판기로 결제하면 투숙할 수 있는 무인모텔 방식이었다.
재판에선 고씨가 청소년의 이성혼숙을 알고 있었는지, 몰랐다면 무인모텔 운영자에게도 청소년 이성혼숙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고씨가 청소년 이성혼숙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무인모텔 운영자에게 투숙객의 신분을 확인할 별도 시설을 설치하거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해 청소년 이성혼숙을 상시 확인할 의무가 있는지를 집중 심리했다. 재판부는 “무인모텔은 일반 숙박시설과 달리 투숙객의 신분증이나 인상착의 등을 확인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관해 특별한 법 규정이 없다”며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번 판결을 두고 무인모텔을 통한 청소년의 이성혼숙이 방치되어 있다며, 무인모텔 영업주에게도 청소년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출신인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형사사건에 대한 엄격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처벌법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이 무죄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인모텔이 청소년 성보호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입법활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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