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을 하고 있다. 뒷쪽에 우병우 민정수석.청와대사진공동취재단
부인 공시지가보다 싸게 산 동탄땅
매매 아닌 실명전환 사실 드러날땐
공직윤리법·실명법 등 6개법 위반
매매 아닌 실명전환 사실 드러날땐
공직윤리법·실명법 등 6개법 위반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공윤위)가 재산 허위신고 의혹이 짙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정밀 심사에 착수했다. 시민단체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와 이석수 청와대 직속 특별감찰관의 조사에 이어 공윤위도 우 수석의 비위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섬에 따라 그의 직무수행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윤위 업무를 지원하는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 수석의 재산에 대해 제기된 차명 의혹을 알고 있다. 우 수석 재산 검증을 차별 두지 않고 법령에 따라 엄격하게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윤위는 지난 3월 말 재산을 공개한 1급 이상 고위공직자 5400여명의 등록 재산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달 말까지 새로 취득한 재산의 취득 경위와 거래 내역 등을 심사해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징계 요청을 하거나 관련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공윤위는 뇌물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특혜 매입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조사에 나서 허위신고를 확인한 뒤 지난 5월 법무부에 징계의결을 요청한 바 있다.
공윤위의 조사 대상은 우 수석이 아내 이아무개(48)씨의 재산을 허위로 신고했는지 여부다. 우 수석은 지난해 초 고위공직자 재산 등록 때 아내 이씨의 차명 부동산을 매매 형식으로 거짓 신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우 수석과 처가의 차명 부동산 보유 의혹 등과 관련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형법)와 부동산실명법, 상속세법 등 최소 6개의 법률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우 수석 처가의 차명 부동산으로 의심되는 땅은 모두 5곳으로, 모두 우 수석의 장인인 고 이상달씨가 우 수석 처가에 상속한 경기도 화성시 기흥컨트리클럽 안팎에 있다. 이 가운데 1곳(동탄면 중리 292번지)은 2014년 말 우 수석 아내를 비롯한 네 자매가 이상달 회장의 측근인 이아무개(61)씨로부터 공시지가(1억9420만원)보다 낮은 가격인 1억8500만원에 매입했다. 나머지 4곳은 아직 이씨의 소유로 돼 있다. 이씨는 기흥컨트리클럽의 총무계장으로 일했고, 일부 땅(동탄면 신리 148번지)의 소유권 분쟁 과정에서 이상달씨한테 명의만 빌려줬음이 <한겨레> 취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우 수석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조사와 시민단체가 고발한 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 7월25일 시작된 특별감찰에선 지난해 2월 의무경찰로 입대한 우 수석의 장남이 의경 사이 선호도가 높은 보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우 수석이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는 넥슨이 우 수석 처가가 보유한 서울 강남 부동산을 1300여억원에 매입한 것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고발한 우 수석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우 수석이 일부 언론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우 수석 처가의 차명 부동산 보유 의혹에 대해 최소 6가지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우 수석 본인의 경우 거짓 재산신고에 따른 공직자윤리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 수석은 지난해 초 아내가 292번지 땅을 매입했고 이 과정에서 아내 예금이 2억원가량 줄었다고 공직자윤리위에 신고했는데, 실제로는 매매가 아닌 명의전환 절차만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내용은 이듬해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한 현직 변호사는 “우 수석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공직자윤리위를 속였다는 점에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 수석의 아내 이씨는 부동산 차명 보유와 관련해 부동산실명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동산을 차명 보유할 경우 명의를 빌린 자와 빌려준 자 모두 처벌받는다. 또 292번지 땅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소유권 이전 원인을 ‘매매’라고 신고했는데, 실제 명의만 바꿨을 경우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위반이 된다.
292번지 땅의 애초 실소유주가 우 수석 장인일 경우 상속세 탈루에 해당할 수 있다. 우 수석 아내가 292번지 땅을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았다면 상속세율 50%가 적용돼 공시지가 기준 1억원 정도의 상속세를 내야 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농지를 보유하면서 실제로는 경작하지 않아 농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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