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이화의 난’ 뒤에는 ‘불통 총장’ 있었다

등록 2016-08-05 18:01수정 2016-08-06 00:25

최경희 총장 2년 ‘일방통행’
학생들의 대학 신뢰 무너져
교수들도 “의견수렴 형식적
미리 답 정해놓고 몰아붙여”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5일 오전, 본관 점거 농성 과정에서 감금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선처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5일 오전, 본관 점거 농성 과정에서 감금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선처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교육부의 프라임사업 계획안 제출 마감일인 지난 3월30일, 이화여대 학생 100명가량이 본관 입학처에 앉아 눈물을 뚝뚝 흘리며 프라임사업으로 인한 학과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었다. “조용히 하라”는 교직원의 호통을 듣는 학생들을 남겨두고 “수업을 다녀오겠다”던 기획처장은 6시간여 뒤, 이들에게 “프라임사업(계획안)을 이미 제출했다”고 통보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대화를 요구한 학생들에게 공문 한 장이 전달됐다. ‘총장님과의 대화 의지를 갖고 있다면 농성 과정에서 잘못된 방법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밝히시길 바랍니다.’ 최은혜 이대 총학생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불통은 총장과 대학의 반복된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5일 학교 쪽의 일방적인 미래라이프대학 추진을 두고 벌어진 이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9일째를 맞았다. 지난 3일 ‘추진 철회’ 발표에 이어 최경희 총장은 이날 경찰에 나가 “학생들의 사법처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도 제출했지만, 학생들은 성명을 통해 “총장 사퇴를 요구한다”고 거듭 밝히며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총장의 사퇴 문제를 놓곤 구성원들 안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리지만, 이 같은 사태 장기화가 “2년 동안 반복된 불통으로 인해 총장과 대학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교수·학생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나온다.

지난해 이대 총학생회장을 맡았던 손솔(23)씨는 최 총장의 ‘쉿! 땡큐’ 사건을 총장 불통의 단적인 사례로 들었다. 지난해 9월 성적장학금 일방 폐지 등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학교 쪽에 여러번 대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피켓을 든 학생들 앞을 지나가던 총장은 학생들 요청에 ‘질문 하나만 받겠다’고 했다. 손씨는 “한 학생이 일방적 설명회가 아니라 학생들 의견이 실제로 반영될 자리를 마련하자며 이야기를 이어가자, 말도 끝나기 전에 총장이 ‘쉿! 질문은 하나만 받기로 했죠? 쉿! 땡큐’ 하고 자리를 떠버렸다”고 말했다. 이대엔 교수·동문·학생 등으로 이뤄진 평의원회라는 논의기구가 있지만 “총장이 임명한 다른 평의원들 사이에 학생 대표 1명만 참여하는데다 의결 권한이 없는 단순 심의기구라 학생 의견이 반영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참여해본 학생들의 공통적인 얘기다.

교수들 사이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가 적잖다. 한 교수는 “늘 일방적으로 (학교 사업을) 전달하고 이를 따라야 한다는 게 총장의 방식”이라며 “일반 교수들은 사업 내용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학교 의견을 전달받는다. 최 총장 측근 교수들이 ‘열심히 하자’는 식으로 불을 지피면, 그 뒤 교무처장 등이 형식적으로 의견을 듣고 이미 정해진 답을 내놓는 방식이 반복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대 교수협의회는 “학교 중요 사안에 대한 소통을 제도화하고, 총장은 이번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미래라이프대학(직업대학) 학사과정 설치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성명서’를 낼 계획이다. 한 교수는 “학내 문제로 교수들이 집단 움직임을 보인 것은 2006년 총장 직선제 요구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총장 사퇴 구호까지 나오는 데 대해 이날 최 총장은 “지금은 빨리 학교를 안정화하고 화합하는 길이 우선이어서 (사퇴) 문제는 당장 다루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준호 김미영 기자 whorun@hani.co.kr

[디스팩트 시즌3#14_이대 사태 낳은 교육부의 대통령발 졸속 행정] 바로가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동정 감시”라는 김용현의 궤변, 정치·법조인 ‘타깃’ 인정한 셈 1.

“동정 감시”라는 김용현의 궤변, 정치·법조인 ‘타깃’ 인정한 셈

국민연금 시행 37년 만에…첫 ‘월 300만원 수급자’ 나왔다 2.

국민연금 시행 37년 만에…첫 ‘월 300만원 수급자’ 나왔다

‘전광훈 지시 받았나’ 묻자…서부지법 난동 전도사 묵묵부답 3.

‘전광훈 지시 받았나’ 묻자…서부지법 난동 전도사 묵묵부답

헌재, 최상목에 “마은혁 헌법재판관만 임명 안 한 근거 뭐냐” [영상] 4.

헌재, 최상목에 “마은혁 헌법재판관만 임명 안 한 근거 뭐냐” [영상]

“명태균은 다리 피고름 맺혀도”…윤석열 병원행 분개한 명씨 변호인 5.

“명태균은 다리 피고름 맺혀도”…윤석열 병원행 분개한 명씨 변호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