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고양이탈 쓰고, 불앞에서 요리하고...무더위에 맞서 일하는 사람들

등록 2016-08-03 16:31수정 2016-08-04 11:30

낮 최고기온 33도...연일 폭염주의보
무거운 고양이탈 쓰고 일하는 알바청년
불앞에서 요리하느라 얼굴 익은 아주머니
건설현장 노동자, 백화점 주차장요원 등
땡볕 아래가 삶의 현장인 사람들
낮기온이 33도까지 오른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고양이탈을 쓰고 동물카페를 홍보하는 아르바이트생들.
낮기온이 33도까지 오른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고양이탈을 쓰고 동물카페를 홍보하는 아르바이트생들.
‘야외활동은 자제하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라’는 폭염주의 안내문자가 7월 한달만도 세번이나 나온 올 여름. 땡볕 아래가 삶의 현장인 사람들은 태양을 피할 수 없다. 옷이 몸에 척척 달라붙는 더위를 그래도 견딜 힘은, 내일에 대한 희망뿐이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의 여름

“아이고~, 덥~지~.” 낮 최고기온이 33도 가까이 올라간 지난 1일, 서울 남대문시장 갈치골목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 유아무개(60)씨가 뭘 그런 당연한 걸 묻냐는 듯 말했다. 갈치조림을 하는 식당들이 모인 골목은 식당 밖에도 갈치조림과 생선구이를 하기 위한 조리대가 나와있다. 주방이 좁아 바깥으로 나온 조리대 불 앞에서 요리하는 아주머니들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남대문시장서 갈치조림 식당을 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사장님은 “여름은 언제나 덥지. 손님만 많으면 더워도 더운줄 모르고 일할텐데… 날씨가 더우니 사람들이 시장에 안 나오고, 휴가철이라 더 그렇고.. .지난해 이맘때랑 비교해도 장사가 너무 안돼”하면서 생선을 석쇠에 구웠다.

생과일음료를 파는 노점상을 남대문시장에서 올해 시작한 박아무개(55)씨는 “오늘 하루 10잔도 못 판 것 같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박씨처럼 지열이 끓어오르는 길 한쪽에 자리잡은 노점상 상인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박씨는 “포장마차를 하다 사정이 있어 접고, 먹고 살려고 생과일음료 노점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안돼. 투자한 돈 200만원만 날리게 생겼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손님이 찾아왔다. 키위·바나나 음료를 주문한 그는 “더우니 얼음 좀 듬뿍 넣어 시원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생과일음료 가격은 3000원, 멜론과 파인애플 등 조각과일은 1000원이다. 박씨는 “노점도 요즘은 실명제 하면서 권리금 받고 팔아넘기기가 힘들어졌다”면서 “과일은 금방 상해서 팔지도 못하고 버릴 때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낮기온이 33도까지 오른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고양이탈을 쓰고 동물카페를 홍보하는 아르바이트생들.
낮기온이 33도까지 오른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고양이탈을 쓰고 동물카페를 홍보하는 아르바이트생들.
20대 청춘들의 여름

20대 청춘들의 여름이 어떤지는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땀으로 흥건히 젖은 옷이 말해준다. 밀짚모자와 팔토시로 따가운 햇볕을 막은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지상주차요원 박세준(20)씨는 백화점 휴무일인 이날도 면세점과 극장을 이용하기 위해 주차장에 들어오는 차량을 안내하느라 바빴다. 관광객이 탄 대형버스는 지상으로, 승용차는 지하주차장으로 들여보낸다. 박씨는 차량이 한대씩 들어올 때마다 라바콘을 옮기며 갈 길을 알려줬다. “지상과 지하에서 일하는 건 장단점이 각각 있어요. 지상은 날씨 때문에 일하기가 힘들고요. 지하는 습하면서 복잡해 주말이면 차량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서울 중구 명동에서 고양이카페 홍보일을 하는 취업준비생 송아무개(26)씨는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는 무게가 5㎏ 정도 되는 고양이탈을 쓰고 길거리에서 카페 소개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을 한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요청하면 같이 사진포즈도 취해준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데 휴식시간은 총 40분에 불과하다. 휴식시간에 탈을 벗고 만난 그는 “땀이 비오듯 흘러내려 머리에 두건을 하고 탈을 써야 한다. 여러 사람들이 같이 쓰다 보니 탈에서 냄새가 나는 것도 곤욕”이라고 말했다. 원래는 탈과 함께 고양이털옷과 신발까지 신어야 하지만 한여름이라 다행히 탈만 쓴다. 티셔츠 한장도 버겁게 느껴지는 한여름에 탈까지 쓰고 땀으로 샤워하는 그의 시급은 65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6030원보다 470원 더 많다. 송씨는 취업이 될 때까지 당분간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한여름 노동권을 찾아서

그래도 규모가 큰 건설현장 등은 요즘 들어 휴게실 등이 잘 갖춰져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김아무개(67)씨도 “옛날 노가다판에 비하면 요즘은 일할만 하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경력 17년이라는 김씨는 입구에 서서 덤프트럭 등 중장비 차량이 오가는 걸 확인하며 현장을 살피는 일을 한다. 김씨는 “날씨가 덥다고 교대근무를 하라고 해서 30분 일하고, 30분 쉬며 일한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제빙기랑 하드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당연히 지켜져야 할 권리다. 폭염에 따른 취약노동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에 ‘깨끗하고 시원한 물, 근로자들이 쉴 수 있는 그늘, 오후 2~5시 사이 무더위 휴식시간 제공’ 등 '온열질환 예방 3대조치'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다보니 사업주가 이를 지키지 않아도 별 도리가 없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영국의 경우 작업장의 적정 기온 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기온, 습도 등 환경적 요인이 있을 경우 작업중지 등이 이뤄진다”며 옥외 노동을 하는 이들의 단체협약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사진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박근혜보다 죄 큰데 윤석열 탄핵될지 더 불안…그러나” [영상] 1.

“박근혜보다 죄 큰데 윤석열 탄핵될지 더 불안…그러나” [영상]

봄 같은 주말에도 10만 깃발…“소중한 사람들 지키려 나왔어요” 2.

봄 같은 주말에도 10만 깃발…“소중한 사람들 지키려 나왔어요”

윤석열 쪽, 헌법재판관 3명 회피 촉구 의견서 냈다 3.

윤석열 쪽, 헌법재판관 3명 회피 촉구 의견서 냈다

월요일부터 -10도 다시 맹추위…내일까진 평년보다 포근 4.

월요일부터 -10도 다시 맹추위…내일까진 평년보다 포근

검찰, ‘윤 체포 저지’ 김성훈·이광우 구속영장 또 반려 5.

검찰, ‘윤 체포 저지’ 김성훈·이광우 구속영장 또 반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