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커피를 마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내를 비롯한 네 자매가 아버지한테 상속받은 땅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된 땅은 우 수석 일가 소유의 기흥컨트리클럽 안에 있다. 이 땅의 명의자는 우 수석 아내 등에게 최근 농지법 논란이 일고 있는 기흥컨트리클럽 부근의 다른 땅을 공시지가보다 싸게 판 이아무개(61)씨다. 이씨가 이 땅을 둘러싸고 소송이 걸렸을 때 우 수석 처가 소유의 삼남개발은 이해관계자인 보조참가인으로 등장했다.
2009년 5월 송아무개(57)씨는 이씨가 보유하고 있는 이 땅(화성시 동탄면 신리 148)의 일부가 자신의 땅이라며 법원에 부동산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소유권 이전, 전세권·임차권 설정 등 일체의 처분을 금지해달라는 것이었다.
법원은 그해 6월 송씨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당시는 한국토지공사가 동탄2신도시 건립을 위해 인근 부지를 매입하던 때다. 송씨가 토지공사의 보상 문제를 살펴보다가 소유권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한 판사는 “실제 농사를 지을 때 땅의 경계가 불분명할 때가 많다. 20년 이상 본인 땅인 줄 알았다면 소유권 주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송씨는 이 땅에 바로 인접한 땅(동탄면 신리 147)은 2005년 7월 이미 이씨에게 판 상태였다.
하지만 이씨는 2011년 3월 이 결정에 맞서 가처분 이의신청을 냈다. 이때 삼남개발은 이 소송의 보조참가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삼남개발의 대표이사는 우 수석의 장모인 김아무개씨가 맡고 있다. 삼남개발의 지분은 우 수석 처가의 지주회사 에스디엔제이홀딩스가 50.5%, 재향경우회가 나머지(49.5%)를 갖고 있어 우 수석 처가가 사실상 최대주주다.
보조참가인으로 인정받으려면 소송 대상인 부동산의 실제 소유주이거나, 곧 소유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를 법원에 입증해야 한다. 이 땅은 지금도 이씨 소유로 등기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사실상 삼남개발이 명의신탁한 땅으로 추정된다.
법원은 그해 6월 이씨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준다. 그러자 삼남개발은 직접 등기부등본에서 가처분 결정 내용을 삭제해 달라며 ‘가처분 기입 등기 말소 촉탁’까지 신청했다. 이씨와 삼남개발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씨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땅들도 차명 의혹을 사고 있다. 동탄면 신리 3번지는 삼남개발이 1996년부터 지금까지 1500만원의 근저당을 걸어두고 있다. 이씨는 2009년 9월 동탄2신도시 부지로 토지공사에 130-1, 2, 4번지 등 3필지를 매각하고, 우병우 수석 처가에 동탄면 중리 292, 293번지 등 2필지를 매각해 적어도 받은 돈은 1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돈이 생기면 근저당을 해제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씨는 20년 동안 근저당을 해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는 2일 삼남개발에 관련 사실을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주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우 수석 처가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차명으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판사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이기 때문에 그걸 줄이려고 편법이 많이 동원되고 있다. 만약 상속재산을 차명으로 보유했다면 탈세 목적이 가장 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우 수석 처가가 부동산 실명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기 땅을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했을 경우 명의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해당 부동산 금액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내야 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미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차명 부동산일 가능성이 높다. 우 수석과 삼남개발이 차명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이씨와 어떤 관계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박수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