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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위험한 거래 ‘난자 매매’

등록 2005-10-30 14:24수정 2005-10-31 19:41

위험한 거래 ‘난자 매매’
‘매매는 불법’ 현실 속 ‘쉬쉬’ 하며 거래 늘어…대책 필요
“한국 여성 난자를 매매하는 홈페이지가 운영되고 있다. 난자를 매매하는 인터넷 카페도 성행한다.”(박재완 한나라당 의원)

“난자 밀매가 미국에서 성행하고 있다. 한인타운 내 한 병원은 광고 등을 통해 ‘1회 5천달러 제공’ 등의 문구로 난자 제공자를 모집하고 있다.”(10월14일 <미주중앙일보>)

여성의 난자 밀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제공된 난자는 불임부부들을 위한 시험관 시술에 쓰이기도 하지만, 황우석 교수팀 배아줄기세포 실험에서 보듯 연구용으로도 활용된다. 난자가 거액으로 거래되는 일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재 난자의 상업적 거래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금전 거래가 아니면 가능하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젊은 여성들에게 난자 매매라는 방법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인터넷에서 ‘난자 공여’, ‘난자 매매’ 문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유다. 출산경험이 없는 젊은 여성들이 대리모를 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현실로 들어온 ‘난자 매매’ ‘대리모’

“난자를 팔고 싶은데… 난자를 팔면 돈은 얼마 정도 받을 수 있나요? 그리고 수술이 아픈가요?”

지난 7월9일 포털사이트에 게시판에 한 누리꾼이 올린 글이다.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2곳에 개설된 7곳의 카페에서 난자 공여 의뢰 152건, 구입 의뢰 26건 등 179건이 올라와 있다. 난자 매매는 대개 경제적 이유에서 비롯한다.

난자 매매와 별개로 금전적 거래를 동반한 대리모도 인터넷에서 찾아지고 있다. 현재 대리모와 관련해서는 관련 법규가 없다.

“저 좀 도와주세요. 딸이든 아들이든 남편의 핏줄이라면 상관없습니다. 대출해서 2천만원 해드릴 수 있습니다.”, “부득이한 사정에 의해서 (대리모) 하고 싶다는 결정을 내렸어요. 대리모를 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저는 아이를 낳아본 적 없는 74년생 건강한 미혼 여성입니다. 돈이 필요합니다. 혈액형은 AB형이며, 05.5.24일이 마지막 생리일입니다.”, “올해 29살로 제가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게 생겨서 대리모를 하고 싶은데 관심있는 분은 연락주세요.”

이런 글에 “쪽지 안 보셨나요?”, “제가 대리모를 원하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연락 주십시요” 등의 답변이 올라왔던 것으로 보아, 상당수 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일류대 출신의 젊고 건강하고 교양있고 단아한 한국 난자” 일본서 광고

올 1월에 발효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금전적 이익을 위해 정자나 난자를 제공하거나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난자 매매는 불법이다. 그러나 금전적 거래 내용을 숨길 경우 제재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난자 매매뿐 아니라 홈페이지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박재완 의원은 지난달 23일 서울과 도쿄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DNA-BANK’가 홈페이지(ivfbank.com)가 운영 중이며, 이 곳에서 한국 여성의 난자를 일본인 불임부부에게 알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홈페이지는 일본 불임여성을 위한 난자제공자의 선택조건으로 일류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젊고, 건강하고, 교양 있고, 단아한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혈액·에이즈·간염·정신심리·유전자 검사까지 마친 육체적·정신적으로 이상 없는 한국 여성을 불임부부에게 연결시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거래되는 난자는 2000만원 안팎이다.

관련 법규가 없는 대리모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대한의사협회가 윤리지침에서 ‘금전적 이유로 대리모를 할 경우 시술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대리모가 불임부부의 마지막 선택인 만큼 금전을 매개로 공공연하게 시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터넷에는 대리모 공여 카페의 운영이 확인되고 있으며, ’자연임신 4천만원, 인공수정 2500만원 등 구체적 시세까지 공개될 정도로 성업중이다.

‘난자 채취’ 부작용은?

난자 매매를 위해서는 난자 채취가 필수적이다. 윤리적·법적 쟁점을 떠나서 실제 시술시 문제가 되는 점은 여성의 몸에 끼치는 부작용 여부다. 특별한 질환이 없는 가임 여성은 한 달에 한개씩 한 쪽의 난소에서 번갈아 배란이 된다. 여성의 몸 깊숙한 곳에서 만들어지는 난자를 기계적 장치로 추출하기 위해서는 위험하고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난자 채취를 위해서는 10일 이상 매일 과배란 유도제를 맞아야 하며, 난소 상태와 난포 성숙도를 체크하기 위해 질식 초음파 검사를 여러 차례 받아야 한다.

과배란 유도제를 사용한 후 마지막으로 배란 유도를 위한 융모성성선자극호르몬 주사를 맞은 뒤 34∼36시간이 지난 뒤 난자 채취에 들어간다. 이때 난자 채취용 바늘은 질을 거쳐 난소에 도달하며, 이 과정에서 시술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과배란 유도 호르몬 주사의 부작용으로 난소과자극증후군, 다수의 난포를 동반한 난소 증대와 함께 복수, 흉수, 혈액응고 장애, 간부전 및 성인성 호흡곤란 증후군을 일어날 수 있다.

보건복지부도 체외수정시 임신성공률을 높이기 위하여 여러 개의 난포를 발달시키는 과배란 유도는 다태임신(30~40%), 난소과자극증후군(20~30%)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난소암의 발생 가능성도 일부 연구 결과에서 보고된 바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젊은 여성들이 여러 번 난자를 제공했을 경우 투여한 호르몬제에 대한 안전성 여부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현재는 대한의사협회 윤리지침(70조)에서 과배란제를 통한 난자 채취 과정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시술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는 것을 의무조항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매매를 위한 불법 난자 채취는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관리감독이 불가능하고 책임과 사후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전무한 상태다. 박재완 의원도 불법적인 난자 채취 시술에서 과배란 촉진제의 부작용을 난자 제공자에게 제대로 알리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상희 한국여성민우회 이사 역시 지난 5일 열렸던 난자 채취와 여성인권과 관련한 심포지엄에서 “난자채취가 여성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안돼 문제”라며 “난자를 추출하더라도 여성의 건강과 인권을 해치지 않도록 채취량 등에 대한 안전성 법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자 채취 및 대리모 관련법 정비로 여성의 인권 찾아야

음성적인 난자 채취나 대리모 공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인데다 난자 매매에 대한 부작용이나 난자 채취와 관련한 정확한 지식을 사전에 알려주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여성의 인권과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불법적 매매에 대한 법적 제재와 함께 여성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주현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는 지난 8월 열린 ‘인간배아 연구,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난자기증, 거래 과정에서 여성들이 난자 추출이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고,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합당한 절차와 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이화여대 법대 교수도 지난 5일 열린 ‘생명과학 시대의 여성인권과 정책 심포지엄’에서 “난자 기증 절차에서 엄정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며 “난자 기증자에 대해서는 난자기증으로 인한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는 확인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완 의원도 “불법 난자 매매에 대한 보건당국의 성의있는 단속이 필요하다”며 “대리모의 경우 국내에는 명시적으로 다룬 법령이 없기 때문에 (불임부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합리적 규제를 관계법에 따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재각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연구원은 “난자 매매가 불법이지만, 보건복지부쪽에서 법을 집행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대리모와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와 여성부가 법률을 검토 중에 있으나 금지와 부분허용을 놓고 논란이 큰 상태”라며 사회적 공론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정자은행 관리 및 인공수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한 요건 하의 대리모 행위는 허용하고 있다. 반면 독일이나 프랑스 등은 대리모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영국은 비상업적인 대리모만 허용하고 있다.

<한겨레>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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