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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 수석 아들 등 금수저들 ‘그들만의 추천’ 있었다

등록 2016-07-27 19:10수정 2016-07-28 10:07

‘의경 꽃보직 전출’ 경찰 답변서
2배수 서류와 인사위 기록 없어
‘그들만의 세계’는 못 건드린 의경 규정

유기준 의원실 인턴 특채도 비슷
대학생 “토익공부 뭔 소용 있겠나”
지난달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유가족협의회 가족들을 의무경찰들이 방패로 가로막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달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유가족협의회 가족들을 의무경찰들이 방패로 가로막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말 저 위에는 최소한의 공정한 경쟁도 필요 없는 ‘그들만의 세상’이 있구나. 스물한살, 의경이 된 뒤로 겪은 사회의 진짜 모습은 그런 거였어요.”

지난해 의무경찰(의경)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ㄱ씨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큰아들(24)의 ‘꽃보직’ 특혜 논란을 보며 자신의 의경 시절을 떠올렸다. “자대에 있다 보면 먼저 ‘연락을 받는’ 애들이 있었어요. 서울지방경찰청(서울청)이나 경찰청 행정대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었다고 하더군요. 국정원 전 간부의 아들, 전직 경찰 간부의 아들, 로펌 대표의 아들이라고들 했어요. 우 수석 아들도 그 가운데 한명이었겠죠.”

우 수석 아들의 의경 꽃보직 전출 논란과 국회 인턴(무급 입법보조원) 채용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진 이후, ‘인맥’으로 움직이는 금수저들의 삶에 좌절하는 흙수저 청년들의 절망과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특혜 의혹을 통해 “알음알음 추천”이라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인사·채용이 공정한 선발 규정을 무력화하고 있음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의경들 사이에선 ‘일반의경(기동대·방범순찰대 등)→우선선발 의경(정부청사·경찰청·각 지방경찰청)→행정대원(경찰청·지방경찰청의 청·차장 부속실 근무자)’으로 올라가는 ‘보직 피라미드’가 있다는 얘기가 돈다. 할당된 인원이 적기도 하지만, 어지간한 ‘빽’(배경) 없이는 행정대원으로 선발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자조 섞인 의미가 담겼다.

우 수석의 아들은 정부서울청사 경비부대에 배치된 지 두달여밖에 되지 않아 이 피라미드 최상단에 위치한 서울청 차장 부속실 운전병으로 전출됐다. 경찰은 지난 26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서류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우 수석 아들을 뽑았다고 밝혔으나, 경쟁 상대였던 다른 지원자들의 서류 사본 등은 “현재 보관하지 않”고 있으며, “(우 수석 아들의) 면접 및 운전테스트 성적 결과나 인사위원회 회의록은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속실 직원이 알음알음 추천을 받아 (후보로) 올렸지만 누구의 추천이었는지는 불확실하다”(이상철 서울청 차장)는 게 공식 해명의 핵심이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의경인사 개선 계획’(내규)을 내놨지만, 이런 알음알음 추천 관행 등은 고쳐지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의경 선발 방식을 ‘전면적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바꾸면서, 우선선발 인력은 희망자 중 키 175㎝ 이상인 이들을 대상으로 ‘제한적 무작위 추첨’을 거치도록 했지만, 행정대원의 경우 “운영부서에서 2배수를 추천한 뒤, 인사위원회에서 선발”하도록 해 사실상 기존의 선발 방식을 유지했다. 인사위원회 회의록 작성이나 평가 과정에 대한 기록·보존 의무는 방침에 담기지 않았다. 김영진 의원은 “정작 의경 보직 피라미드의 정점인 행정대원 선발 등 ‘그들만의 세계’는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수석 아들은 친박근혜계 중진인 유기준 의원실(국회 외교통일위원장실)에 인턴으로 채용될 때도 “누군지 기억나진 않지만 이곳저곳에서 추천”을 받았다. 별도의 채용 공고는 없었다. “단순업무를 하는 단기 아르바이트생이나 다름없어 국회에 입법보조원으로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유 의원실 쪽의 해명이지만, 이력서에 적을 한 줄 경력이 아쉬운 청년들은 이런 국회 경험 기회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는 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대학교 법학과에 다니는 김로사(22)씨는 “무급이라도 기회만 있다면 국회 경험을 쌓고 싶은 내 입장에선 이런 고급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금수저들이 부럽기만 하다”며 “지금 하는 토익 공부가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고 말했다. 방준호 박수진 허승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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