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홍영(33) 서울남부지검 검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해 자살에 이르게 한 책임을 물어 김대현(48) 서울고검 부장검사를 해임시키기로 했다.
정병하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은 27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수남 검찰총장이 오늘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해임 의견으로 김 부장검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전날 대검 감찰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감찰 결과 김 부장검사의 품성이나 행위로는 더이상 검사로서의 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며 검찰총장에게 해임 청구를 권고했다. 일반 공무원은 파면까지 될 수 있지만, 신분상 보호를 받는 검사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징계는 해임이다. 또한 검찰은 지휘 선상에 있는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에게도 책임을 물어 인사 불이익이 있는 서면 경고를 했다.
지난 5월19일 김 검사 사망 이후 서울남부지검의 진상조사를 거쳐,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 1일부터 유족들과 김 부장검사가 지난 2년5개월간 근무했던 법무부와 서울남부지검에서 함께 일했던 검사와 수사관, 공익 법무관들을 상대로 감찰조사를 벌였다. 징계시효가 3년인 점을 감안한 것이다.
감찰조사 결과를 보면, 김 부장검사는 모두 17건의 비위 행위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장기미제 사건이 많다” “사건 보고가 늦었다”면서 김 검사만이 아니라 다른 검사와 수사관들에게도 어깨를 치거나 폭언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검사가 친구들에게 “어제도 결혼식 끝나고 식사하는데 (따로 있을) 방 구해오라고 XX하길래 알아보고 혼주들 쓰는 방이라 안 된다고 했다가 XX 술 먹는 내내 닦이고” “진짜 한번씩 자살충동 듦”이라고 카톡을 보냈던 내용들도 실제 있었던 일들로 확인됐다.
김 부장검사는 이전 근무지인 법무부에서도 민원 발생을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경위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검사와 법무관들을 불러 보고서를 구겨서 바닥에 던지는 등 인격 모독적인 언행을 수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관들이 한꺼번에 휴가 결재를 올렸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과반수 찬성으로 김 부장검사의 징계를 의결하면,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징계를 하게 된다. 김 부장검사가 해임되면 변호사법에 따라 3년간 변호사를 할 수 없다. 검찰총장은 이날 “국가의 소중한 인재이자 부모님의 귀한 아들을 잃게 만든 점에 대해서는 그 어떤 말로도 위로드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에서 김 부장검사를 폭행 혐의로 수사를 하지는 않기로 해, 유가족 쪽에서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김 검사의 아버지 김진태(62)씨는 “김 부장검사 해임만으로는 아들의 명예를 되찾지 못한다고 본다. 아들 친구들(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과 의논해 김 부장검사에 대한 형사고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여전히 많은 검사들이 아들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을 수 있다. 아들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조직에 새로운 변화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부장검사가 후배 검사에게 폭언을 하고 폭행을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개별 검사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지시부터 인사평가까지 상사가 쥔 검찰의 수직적 조직체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사는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상명하복이 무조건적 조폭식 상명하복으로 변질돼 법과 정의, 인권의 보루여야 할 검찰이 그 내부에선 치외법권의 무법천지가 됐다. 이는 사회 전체의 불행이 될 것”이라며 “경찰부터 수사관, 검사, 검찰 간부 모두 상하 관계가 아닌 동료로서 일하는 수평적 조직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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