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이인복 대법관의 후임으로 임명제청된 김재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공 대법원.
지난 21일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된 김재형(51)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를 합법화하고, 국가보안법을 “반민주, 반통일 악법”이라며 폐지 또는 개정해야 한다는 신념을 표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2002년 출간한 <양심적 병역거부>란 책을 보면, 김재형 당시 서울대 법대 부교수가 쓴 ‘양심적 병역거부자 소고’란 글이 실려 있다. 이 글은 1989년 24살이던 김 교수가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 과정 당시 수업 과제물로 제출한 보고서를 “틀을 유지한 채 표현을 수정해” 출간한 것이다.
이 논문에서 김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병역강제는 양심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것이다. 양심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도록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 평등한 공적 부담의 원칙은 병역거부자에게 그 부담 정도가 병역의무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대체복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면서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을 헌법불합치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논문에서 김 교수는 공군검찰관으로 복무하던 1989년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하던 관행을 깨고 1년6개월을 구형해 “공군법무관실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일화도 전했다. 그는 “방위병의 복무기간은 18개월이기 때문에 복무기간에 상응하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논문 중에서 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 시기를 ‘유신독재’라고 명시하고, 국가보안법도 ‘개정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70년대 유신독재체제와 1980년대의 정치상황은 양심범, 정치범을 양산했다”면서 “1980년 후반에는 국가보안법 등 반민주, 반통일 악법에 대한 개정 또는 폐지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매우 고무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글을 언급하며 “김 교수가 보수적이라고 세평이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 사고의 폭도 넓고 개방적이다. 꼴통보수적인 의견을 그에게서 들은 적이 없다. 민법을 기초로 한 토대 위에서 개방적 판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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