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공 대법원
오는 9월1일 퇴임하는 이인복 대법관 후임으로 김재형(51)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임명제청됐다. 현직 법관이 아닌 전북 출신 교수를 추천한 것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동의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21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김 교수를 임명제청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6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 천거를 받아 심사동의자 34명 중 후보 4명을 선정했고 이날 최종 후보 1명을 결정한 것이다. 김 교수는 전북 임실 출생으로 서울 명지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2년 판사로 임용돼 4년간 재직했고, 1995년 서울대 법대에서 현재까지 22년간 교수로 일하고 있다. 김 교수는 14권의 민법 관련 책을 쓰고 한국민사법학회 총무이사를 지내는 등 민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양 대법관의 결정은 출신 직역의 다양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모두 법관 출신이고, 박상옥 대법관만이 검사 출신이다. 2014년 양창수 대법관 퇴임 이후 교수 출신 대법관은 없었다. 김 교수는 4년간 판사로 일한 경험이 있어, 연간 평균 3000건의 판결을 처리하는 대법관직 수행에 유리하다고 점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호남 출신을 제청한 것은 야당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관의 출신 지역은 양 대법원장까지 포함해 충남이 3명(이인복 대법관 포함), 서울?경북?광주?부산이 2명씩, 경기·경남·전남이 1명씩이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직업이나 성별이 아니라 생각의 다양성이며, 지금 대법원에 필요한 것은 민법이 아닌 노동법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와 관련된 법의 전문가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범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학자라는 점을 빼고는 ‘50대, 남성, 서울대 법대, 법관’ 출신이라는 기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효과는 미미하다고 본다. 청문회에서 법철학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형 대법관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임기는 2022년 9월1일까지 6년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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