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처가 땅 매매에 관여하지 않았다’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1년 계약 현장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우 수석은 의혹 제기 이틀 만에 이를 인정하면서도 사퇴할 뜻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진경준 검사장(구속)에 대한 부실한 인사검증과 아들의 의무경찰 보직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거짓 해명’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 수석은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만나 서울 역삼동 소재 처가 소유 부동산 거래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계약 당일(2011년 3월18일) 장모가 불러 계약 현장에 가 장모를 위로해드렸다. 김정주 넥슨 회장한테 처가 땅을 사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진경준 검사장을 통해서 거래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우 수석의 장모 김아무개씨는 당시 넥슨의 임아무개 임원과 부동산 계약서에 최종 날인하기 전에 “내 사위가 검사인데, 여기 와서 한번 (계약서를) 보라고 해야겠다”며,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이었던 우 수석을 불렀다. 우 수석은 계약 장소인 서울 강남역 부근 삼남개발빌딩을 찾아가 계약서를 검토했다.

우 수석이 계약 현장에 간 사실을 시인한 것은 “관여한 적이 없다”던 해명을 이틀 만에 뒤집은 것이다. 그는 18일 ‘진경준 검사장을 통해 넥슨에 처가 땅을 매매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소송을 냈다.

우 수석은 진 검사장에 대한 부실검증 지적에 대해 “인사검증 시 차명재산 및 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의 재산 문제는 공개 자료만으로도 의혹을 제기할 만했는데도,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들어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한겨레>는 지난 3월28일 관보에 공개된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토대로, 당시 넥슨 비상장주식은 아무나 살 수 없었고, 진 검사가 금융 관련 수사를 전담하는 보직을 맡아 직무 관련성이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부실한 인사검증에 대해 “당시 청와대 검증 실무팀에서는 진 검사장에게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논란에 대해 우 수석은 “보직 변경을 부탁한 적이 전혀 없다. 아들의 상사도 전화통화 한번 한 적 없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서영지 최혜정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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