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현장 찾아다니는 가수 사이
세월호유가족에게 싸이 같은 포크가수 사이.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세월호 기억’ 길거리 공연에
추모음반 ‘다시, 봄’도 제작 시골서 10년 ‘생태주의’ 실천도
“엄마는 백화점 청소·아빠는 건달
‘민중가수’ 활동이 내겐 구원” 그동안 여러 차례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노래를 했지만 지난 2일 공연은 그에게도 특별했다. 붉은 노을과 노란 티셔츠를 입은 군중들이 그의 마음을 어지럽혔을까. “아름다운 순간을 견디지 못한다”는 그는 애초 부르기로 했던 ‘다시, 봄’의 무거운 노래 대신 연달아 흥겨운 ‘냉동만두’ ‘당근밭에서 노을을 보았다’를 불렀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 얘기도 했다. 엄마는 ‘냉동만두’ 가사에 등장하는 육숙희씨로, 실제로 부산 리베라백화점에서 이번에 청소반장으로 승진을 했고, 아빠는 팔에 촌스럽게도 ‘일심’이란 문신을 새긴 진짜 건달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수많은 공연을 했지만 노래하다 부모님 얘기를 한 적은 없어요. 그런데 그날은 며칠간 농성하느라 지친 유가족들이 내 부모님 같아서 갑자기 제 얘기가 툭 튀어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얘기하길 잘한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 웃음을 주려고 부른 밝은 노래 때문에 (제가) 실없어 보였을 텐데 내 얘기를 하니 더 따뜻하게 노래를 들어주신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2년이 지났지만 변한 게 없다. 여전히 세월호는 바다 아래에 있고, 정부는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사 활동을 강제종료시키고 조사 활동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정부가 잘못이 없으면 (떳떳하게) 밝히면 돼요. 아주 간단한 거예요. 특조위 조사활동을 종료시키고 하는 것 보면 찔리는 게 있나 보다 생각할 수밖에요. 뒷수습을 잘하면 다 같이 울고 끝날 수도 있는 일인데 정부가 의혹을 눈덩이 굴리듯이 키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정치·사회에 관심 없어 경남 산청과 충북 괴산에서 10년 가까이 자급자족하며 생태주의자로 살았다는 그가 자본과 권력에 맞서 싸우는 힘없는 사람들의 집회에 참석해 노래하는 이유는 뭘까.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항하다 쫓겨나는 사람들 등을 보며 많이 배워요. 그런데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섰고, 그동안 많은 싸움이 결국 졌거든요. 그렇다고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것들이 다 스며들고, 남는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이들을 돕는 게 아니라 내가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어 구원받는 느낌이에요. 말로는 잘 못해도 노래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인 거죠. 앞으로도 돈과 상관없이 그렇게 같이하고 싶어요.”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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