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애초 개인 재산문제로 간주
감찰커녕 진상규명 노력조차 안해
공직자윤리위도 재산검증에 실패
제도 허점 속 진씨는 일단 거짓말
일선 검사들 “실망감 넘어 분노 느껴”
감찰커녕 진상규명 노력조차 안해
공직자윤리위도 재산검증에 실패
제도 허점 속 진씨는 일단 거짓말
일선 검사들 “실망감 넘어 분노 느껴”
개인 재산 관련 의혹으로 시작된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 사건이 뇌물과 사건 무마 청탁 의혹 등 ‘범죄’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안이한 판단으로 검찰 조직에 큰 상처를 줬다는 지적이 검찰 안에서 나온다.
지난 3월 말 사건이 불거진 뒤, 진 검사장이 소속된 법무부는 “공무원의 재산 관련 문제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조사 권한과 책임이 있다”며 “규정상 법무부가 감찰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언론을 통해 추가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법무부는 진 검사장 사건을 단순 재산 문제로 간주한 채 진상 규명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진 검사장이 김현웅 장관과 가깝다는 얘기가 많은데, 그럴수록 좀 더 적극적으로 판단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사건 양상을 보면, 이번 사건은 검사 개인의 단순 재산 문제가 아니었다. 진 검사장이 취득한 넥슨 주식은 물량을 구경하기도 힘든 ‘우량’ 비상장 주식이었고, 지분량(0.23%)도 회사 성장에 기여하지 않은 이가 취득하기엔 너무 많았다. 심지어 구입 자금원도 분명치 않았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장급 간부의 재산 형성 과정에 의혹이 제기되면 곧바로 검찰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당사자 해명을 서둘러 받고, 해명이 안 되면 합당한 조처를 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다양한 송사를 겪고 있는 대기업 오너와 경제통으로 분류되는 검사 간의 거래인 만큼 사건 초반부터 직무 관련성이나 뇌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와 검찰은 ‘규정’ 뒤에 숨어 손을 놓고 있었고, 공직자윤리위도 두 달 동안 재산 검증을 했지만 실패했다. 그사이 진 검사장은 ‘본인 돈 - 장모 돈 - 넥슨에서 빌린 돈’이라고 거짓 해명을 거듭했고, 특임검사팀이 꾸려진 뒤 최근에 와서야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무원 사회의 일상적인 재산 검증 체제로는 제대로 진실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재산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특임검사팀 수사가 끝나면 무엇이 잘못인지 따져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은 밖으론 말을 아꼈지만 속으로는 들끓고 있다. 최근 대검 고위간부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가 수임 관련 비리 등으로 구속된 데 이어 현직 검사장까지 구속을 앞두게 된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사정기관의 위상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 영이 제대로 서겠느냐”고 말했다. 한 평검사는 “믿고 싶지 않다.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어디서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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