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주식 수수 ‘세번의 거짓말’
소환 하루전에야 “넥슨돈” 실토
김정주도 “공짜로 준 것” 밝혀
포괄적 뇌물죄 오늘 영장 방침
소환 하루전에야 “넥슨돈” 실토
김정주도 “공짜로 준 것” 밝혀
포괄적 뇌물죄 오늘 영장 방침
‘넥슨 주식 특혜 매입’ 의혹의 당사자인 진경준 검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포토라인에 섰다. 그의 수상한 넥슨 주식 투자 의혹이 제기된 지 무려 110여일 만이다.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그는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다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진 검사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이르면 15일 진 검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진 검사장은 검찰 소환 직전까지 거짓말을 했다.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안겨준 넥슨 주식 1만주를 처음에는 자기 돈으로 샀다고 해명했다가, 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 때 처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넥슨의 회삿돈 4억2500만원이 건너갔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는 이를 시인하면서도 모두 갚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13일 검찰에 낸 자수서에서 비로소 사실을 털어놨다. 넥슨의 회삿돈으로 주식을 산 뒤 이를 김정주 넥슨 창업주한테서 받은 돈으로 갚았다는 것이다. 전날 소환조사를 받은 김정주 엔엑스씨(NXC) 회장도 “넥슨 주식 대금을 진 검사장에게 무상으로 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의문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진 검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인수위 파견 근무를 계기로 승승장구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라는 요직을 지냈다. 잘나가던 검찰 고위 간부의 거듭된 거짓말은 검찰 내부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출세만능주의’의 잘못된 조직문화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중견 간부는 “정권에 잘 보여 출세한 일부 검찰 선배들을 보면서 검찰 안에서 정의보다는 출세를 지향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무능함이 망신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진 검사장의 거짓말도 문제이지만, 그를 둘러싼 의혹을 초기에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수뇌부의 안이함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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