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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형제자매 가족관계증명서, 본인동의 없으면 발급 안돼요

등록 2016-07-12 11:32수정 2016-07-12 11:34

[밥&법] 판결 체크
가족관계등록법 지난달 위헌 결정
“이해관계 다를 수 있어 제한해야”
“형제자매가 남이 되어가는군요. 4촌이 남이 된 지는 꽤 오래된 것 같고.”(걱정원*)

“형제자매가 가족이라 느끼는 순간은 어린 시절과 결혼하기 전이다. 결혼하면 어차피 남이나 마찬가지. 다들 안 그런가?”(신나는총잡*)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30일 형제자매가 서로의 가족관계증명서나 혼인관계증명서 등을 발급받게 한 법률 조항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는 기사에 딸린 누리꾼 댓글들입니다. 대체로 헌재 결정에 공감한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14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들은 6 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했습니다. ‘본인 또는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가 가족관계증명서 등 각종 개인서류를 관계기관에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입니다. 헌법소원을 낸 ㄱ씨는 2013년 9월께 의붓아버지한테서 태어난 형제들이 8개월 전 자신의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았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ㄱ씨는 이들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개인정보가 새어나간 것에 불쾌감을 느낀 ㄱ씨는 제도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고 지난해 9월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헌재가 주목한 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입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가족관계법상 발급받을 수 있는 각종 증명서에는 본인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식별 정보뿐 아니라 이혼, 파양, 성전환 등에 관한 민감한 정보가 기재된다. 이런 정보가 유출되거나 오남용될 결우 본인에게 가해지는 타격이 크다”며 “청구권자의 범위는 가능한 한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이 범위를 어디까지 축소해야 할까요. 헌재는 형제자매가 ‘부모와 자녀’ 사이에 견줘 유대와 신뢰 관계가 다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 맏형이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독일 광산에서 험한 일도 하고 평생 생계를 책임지는 등 형제 관계가 무척 돈독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과거엔 이런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좀 다르다는 게 헌재의 판단인 것 같습니다. 헌재는 “상속 문제 등과 같이 대립되는 이해관계에서 (형제자매가) 서로 반목하기도 한다”고 언급하면서, 본인 동의 없는 서류발급을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수의견도 있었습니다.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진성·조용호 재판관은 형제자매가 서류를 발급받지 못하게 되었을 때의 부작용을 우려했습니다. “본인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인 경우, 의식불명이거나 질병 또는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 부모나 자녀가 없을 수도 있고 때로는 연로한 부모나 미성년인 자녀들보다 형제자매가 사회적·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형제자매가 돕고 싶어도 돕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헌재의 판단은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헌재 관계자는 “갈수록 가족의 역할과 가치가 달라지고 있어 과거에 비해 형제자매간 유대와 신뢰 관계가 떨어지고 있다. 형제자매라 하더라도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선 안 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헌재가 중요하게 본 것”이라고 결정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한 법조항은 곧바로 효력을 상실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형제의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발급받으려는 분께서는 꼭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미 행정부처에서는 형제자매라는 이유만으로 서류가 발급되지 않도록 전산시스템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법은 시대를 반영합니다. 형제자매 관계가 이전처럼 친밀하지 않고 핵가족화를 넘어 1인 가정이 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헌재의 결정을 환영하는 다수 누리꾼의 모습에서 가족에 대한 관념이 변했음을 실감합니다. 예전처럼 다시 형제자매 사이가 돈독해진다면, 이번 헌재 판결을 다시 살펴보자는 요청이 나올 수 있을까요?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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