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 “역차별이다” “아니다” 갑론을박
부산시가 출퇴근 시간대에 여성만 타는 지하철 전용칸 시범운용에 들어가자 일부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성 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반면 커피체인점 스타벅스가 지난해 10월부터 대통령 특별휴가증을 가진 군인한테 커피 한 잔을 무료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 중인 것을 두고는 정반대로 일부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성 차별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부산시 산하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22일부터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6∼8시 사이에 운행하는 지하철의 중간 1칸을 비워 여성만 타는 여성배려칸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이면 누구나 탈 수 있지만, 공사는 임산부를 비롯해 영유아나 어린이를 동반한 여성한테 지하철 이용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공사 쪽은 9월 21일까지 3달 동안 시범 운영한 뒤 존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논란은 여성전용칸 운용이 남성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남성 누리꾼들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습니다. 역차별이라는 주장인데요. 23일 남성 커뮤니티 게시판의 글들을 취합해보면, “왜 여성만 사회 약자이고 보호받고 배려받는 대상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여성계가 그렇게 사회평등, 남녀평등을 외치면서 정작 여성들은 사회 곳곳에서 특혜 대접을 받기만을 원한다”, “복잡한 출퇴근 시간에 중앙 자리에 여성 칸을 배치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에 대한 특혜이자 남녀차별 정책이다. 성범죄자들은 혼잡하고 복잡한 시간대와 노선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만큼 지하철 내 혼잡도를 개선했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각종 성범죄의 표적이 되는 여성들에 대한 작은 배려마저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과도하다는 반박이 크게 나왔습니다. “소수의 남성들로 인해 피해 보는 여성은 다수다. 남성들은 그런 남성들로부터 공공장소에서 성추행당해봤느냐”, “여성에 대한 배려와 남성에 대한 배려는 대치되는 일이 아니라 일맥상통하는 일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는 논리적 정합성을 따지는 게 아니다. 왜 많은 돈을 들여서 장애인 전용 주차장을 만들고, 계단 턱을 낮추느냐” 등의 반론입니다. “여자들이, 내 가족과 친지들이, 이렇게 불안해하는구나”하고 이해하면 기분 그렇게 더러울 일 없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한편 스타벅스가 지난해 10월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휴가증과 스타벅스 쪽이 군부대를 통해 나눠준 상품권을 들고 매장을 찾는 군인에게 무료로 오늘의 커피를 1잔씩 주는 이벤트 행사도 느닷없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일부 여성 커뮤니티 중심으로 이번 행사가 강남역 살인사건을 통해 제기된 ‘여성혐오’의 연장선에 있다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겁니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여성한테 ‘김치녀’라는 낙인을 붙이며 제기된 부당한 사회적 공격에 대한 반작용적 성격도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 누리꾼들은 “여자는 먹고 또 먹어야 회원 승급해주고 거기다 더 사줘야 쿠폰 하나 달랑 주면서 군인은 공짜로 주느냐”, “스타벅스에서 모은 별만 300개쯤 될 텐데 이딴 식으로 뒤통수 때릴 줄은 몰랐다”, “커피 사 먹으면 김치녀라고 까대더니 지네는 공짜 커피 처먹는다”는 등의 반응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누리꾼들의 반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커피 회사 홍보 겸 국군의 날 기념으로 대통령 특별휴가 받은 장병에게 주는 그냥 단순한 이벤트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커피전문점의 마케팅 활동 가지고 남녀가 갈라져 싸우는 현실이 더 멘붕이다”,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2년 동안 군대에서 온갖 훈련을 버티면서 나라 지키는데,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그런 군인을 위해 커피 좀 주는 게 그리 불편하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수능 다음날부터 할인하는 수험생 할인에는 왜 화를 내지 않느냐”는 냉소적 반응도 적지 않지요.
여러분은 이런 논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22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 8량 중 5호차가 출·퇴근 시간에 '여성배려칸'으로 시범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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