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이 14일(현지시각) 미국 루이지애나 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과 액시올의 ‘에탄크래커 합작사업’ 기공식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레이크찰스/연합뉴스
롯데, 중국 업체 인수 미스터리
국내계열사 동원 600억 보증
신동빈 배임혐의 적용 가능성
신용결제 하는 홈쇼핑 업체
2014년엔 매출 절반이 외상
분식회계 의혹도 일어
국내계열사 동원 600억 보증
신동빈 배임혐의 적용 가능성
신용결제 하는 홈쇼핑 업체
2014년엔 매출 절반이 외상
분식회계 의혹도 일어
롯데의 중국 홈쇼핑 러키파이 인수 과정은 곳곳이 ‘미스터리’다. 가장 큰 의문은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이고 해마다 적자를 내고 있는 부실기업을 왜 1700여억원이란 거액을 주고 사들였느냐다. 러키파이는 롯데에 인수된 뒤에도 해마다 적자를 면치 못했고 롯데는 계열사를 동원해 600여억원을 지원했다.
15일 <한겨레>가 입수한 러키파이의 재무현황과 검찰 설명을 종합하면, 2007년 설립된 러키파이는 롯데에 인수되기 직전 해인 2009년까지 3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이 447억여원에 달했다. 롯데가 인수하기 전부터 해마다 적자를 내는 부실기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롯데는 ‘성장 잠재력이 있다’며 이 업체를 170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러키파이는 롯데가 인수한 뒤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러키파이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장부상 당기순손실은 355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러키파이의 실제 적자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러키파이의 2014년 말 매출채권은 262억원으로 전체 매출액(499억원)의 52.4%를 차지한다. 매출채권은 외상으로 팔고 회수하지 못한 돈이다. 결국 2014년은 전체 매출액의 절반이 ‘외상’인 셈이다. 따라서 2011~2014년 손실은 5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러키파이의 매출채권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15억원), 2012년 0.9%(7억6000만원), 2013년 16.23%(123억원)였다. 2014년에 갑자기 50%로 급증한 것이다. 신용결제를 주로 하는 홈쇼핑의 특성상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런 식으로 롯데가 러키파이 인수로 떠안은 손실이 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은 롯데가 러키파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 금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롯데가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이 업체를 인수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또 러키파이의 적자가 계속돼 경영이 어려워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600억원을 차입하는 과정(2015년 1분기 기준)에서 계열사들이 지급보증을 서도록 한 게 배임에 해당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중국 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본 것이 경영권 분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러키파이에 대한 무리한 지원을 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중국 투자를 본격화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다. 2009년엔 롯데쇼핑이 7300억원을 들여 65개 마트를 보유한 타임스를 인수했다. 2008년 그룹 내 7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투자하기로 한 ‘롯데월드 선양’ 사업에는 무려 3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롯데백화점과 롯데시네마의 경우 톈진 등 대도시에 5개 백화점과 11개의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공격적인 투자를 이끈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 회장은 글로벌 경영을 주창하며, 롯데쇼핑홀딩스에만 1조원 넘는 자금을 투자했다.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별화를 꾀하고, 아버지 신격호 그룹 총괄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중국 진출 사업이 현지화에 실패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지난해 산둥 롯데마트 점포 9곳 중 5곳이 문을 닫았고, 2013년에는 중국 진출 5년 만에 베이징 롯데백화점을 정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201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롯데쇼핑 중국법인이 낸 손실은 2조1197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 등 다른 계열사들의 적자 규모까지 더하면 중국 내 손실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진출 기업이 손실을 보면 국내 다른 계열사들이 지급보증을 해주는 구조라 사실상 국내에서 벌어 국외에서 까먹는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투자는 신동빈 회장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중국 투자 실패를 경영 책임의 핵심적 사안으로 추궁하고 있다. 형제간 다툼이 검찰 수사의 상당한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도 결국 중국 투자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현재 신 회장이 중국 투자 과정에서 저지른 배임·횡령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서영지 최현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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