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위해 서울 동작구 롯데케미칼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차량에 옮기고 있다. 이날 검찰은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상사, 롯데닷컴, 코리아세븐, 롯데알미늄, 롯데제과 등 총 15곳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인수직전 ‘러키파이’ 423억 결손 상태
페이퍼컴퍼니 내세워 비자금 조성의혹
검찰, 정책본부 차명계좌 찾기 수사력
페이퍼컴퍼니 내세워 비자금 조성의혹
검찰, 정책본부 차명계좌 찾기 수사력
롯데쇼핑이 2010년 인수한 중국 홈쇼핑 ‘러키파이’는 인수 당시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의 부실기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롯데가 인수 시점에 재무제표 등을 통해 이런 내용을 알고도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내세워 이 업체를 1700여억원에 인수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을 위한 위장거래 여부와 롯데쇼핑의 배임 혐의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15일 검찰과 <한겨레>가 입수한 중국 홈쇼핑 러키파이의 재무상황 등을 종합하면, 2009년 말 이 회사의 자기자본은 42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듬해인 2010년 롯데쇼핑은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세운 ‘엘에이치에스시’(LHSC)를 통해 1700여억원을 들여 이 업체를 인수했다. 당시 롯데는 “러키파이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러키파이의 재무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2009년 말 기준 848억원의 ‘전환상환우선주’가 포함돼 있다. 전환상환우선주란, 상환 요구가 있으면 곧장 변제해야 하는 사실상의 부채로 분류된다. 이를 고려하면 러키파이는 장부상 자기자본(425억원)과 달리 사실상 423억원 결손 상태였던 셈이다. 롯데 쪽은 재무제표 등을 통해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관련 자료도 다 받아둔 상태였다. 러키파이는 인수 이후 2014년까지 해마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게다가 러키파이는 홈쇼핑을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니라 지역 홈쇼핑 3곳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고, ‘엘에이치에스시’가 인수한 뒤에도 경영주도권은 기존 중국 경영진이 갖고 있어, 중국 시장 진출의 노하우 등을 배울 기회라 보기도 어렵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검찰은 롯데가 부실기업을 거액을 주고 인수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신격호·신동빈 등 오너가 자금 관리를 맡았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차명의심 계좌를 찾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12일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자금관리 담당자 3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면서, 이들이 오너 일가의 차명계좌와 자금을 관리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한꺼번에 1억원 이상이 거래되거나 배당금을 바로 출금한 계좌, 특정 기간에 반복적으로 거액이 드나든 계좌 등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차명의심 계좌를 압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최현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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