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자금 조직적 증거인멸”
큰딸 신영자 비리수사중 첩보 입수
큰딸 신영자 비리수사중 첩보 입수
검찰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비자금 수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가 진행 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대한 수사와는 전혀 별개의 사건이다. 하지만 검찰이 10일 롯데 본사 등을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은 신 이사장에 대한 수사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큰딸 신영자 이사장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구속)한테서 호텔롯데 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뒷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정운호 로비 의혹’ 수사팀은 지난 2일 호텔 면세점사업부와 신 이사장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신 이사장 쪽이 증거를 인멸한 것을 확인하고 신 이사장의 측근인 이아무개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팀은 이 과정에서 뜻밖의 첩보를 입수했다. 신동빈 회장 쪽도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롯데그룹 비리 관련 첩보를 입수해 올해 초부터 내사를 벌이고 있었다. 신영자 이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 쪽이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에 대비해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있었던 것을 눈치챈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 이사장 사례와 비슷한 증거 인멸이 롯데그룹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가 계속 들어왔다. 더 이상 수사를 늦추다가는 수사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말했다.
검찰은 애초 지난 5월 신동빈 회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려고 했으나, ‘정운호 로비 의혹’이 터지는 바람에 수사 시점을 뒤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운호 사건 때문에 중요한 재벌 사건이 묻혀선 안 된다고 판단해 시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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