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호제훈 부장판사)는 회사 단합대회에서 과음으로 추락사한 직원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회식 자리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만든 술자리에서 주량을 넘겨서 음주해 벌어진 사고였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이아무개씨는 2013년 10월 지점장을 비롯한 직원들과 인천 무의도에서 단합대회를 했다. 단합대회 첫날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술을 마신 이씨는 둘째 날 아침에도 직원들과 소주를 마셨다. 평소 주량이 소주 2병인데 단합대회에선 3병 가까이 마신 것이다. 이씨는 이후 일행과 함께 선착장 주변 둘레길 산책에 나섰다가 길 옆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져 숨졌다. 이씨의 부인은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벌어진 일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며 지급을 거절했고, 법원도 공단 쪽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씨가 저녁 회식과 아침 식사 때뿐 아니라 기상 후와 아침 식사 후에도 몇몇 직원들과 자발적으로 과도하게 술을 마시며 평소 주량을 넘긴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단합대회가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 하에 이뤄졌다 해도 이씨처럼 사업주의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과음해 사고가 났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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