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존 리 전 대표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라브 제인 전 대표 “입국하기 어려운 상황”
소환요구 6명 중 3명 소환 불응
소환요구 6명 중 3명 소환 불응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거라브 제인(47·인도)이 전 옥시 대표로 있던 때 옥시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해외 실험 결과 보고서를 여럿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는 3일 옥시가 2012년 초 해외 연구소 4곳에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3군데 업체의 실험 결과보고서를 확보했다. 옥시로부터 제출받은 2건의 보고서는 미국 업체가 작성했고, 나머지 1건은 인도 업체가 작성했다. 이들 보고서는 모두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가 독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옥시는 그간 이 불리한 보고서를 감추고 있었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보고서 존재를 알아챘다.
옥시가 실험을 의뢰하고, 결과를 은폐하던 당시는 거라브 제인 전 대표가 최고경영자로 있던 때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가 당시 옥시 쪽에 불리한 실험결과를 보고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바쁘다”는 이유로 검찰 소환조사에 불응하고 있는 제인 전 대표는 한 국내 언론사를 통해 “한국에 입국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수사 협조하기 위한 필요한 다른 조치는 하겠다. 수사기관과도 대화는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다음주 내로 제인 전 대표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서면 조사를 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인 인도가 있긴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쉽지도 않다.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해보겠다”고 했다.
검찰은 또 이 사건과 관련된 외국인 6명에게 변호인을 통해서 소환요구를 했지만, 3명이 소환에 불응하고, 2명은 회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명은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연락처가 확인된 5명에 대해서도 전자우편을 보내 서면조사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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