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투자하지 않고 재방송을 거듭한 종편 4개사에 부과한 과징금이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채널A와 JTBC, 조선방송(TV조선), 매일방송(MBN)이 “각각 과징금 3750만원씩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종편 4개사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방통위는 2013년 8월 종편 4개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전년도 종편의 콘텐츠 투자계획과 재방송비율이 2010년 사업승인 과정에서 제출했던 사업계획서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이티비씨는 승인 과정에서 2012년에 2196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계획을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1129억원만을 투자했고, 재방송도 전체 방송 중 5.6%만 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론 58.9%가 재방송이었다. 채널에이도 승인 과정에서 2012년에 1804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계획을 냈었지만 실제로는 985억만 투자했고, 재방송 비율도 23.6%만 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론 56.1%에 달하는 재방송을 했다. 티비조선과 엠비엔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방통위는 시정명령에서 “콘텐츠 투자계획 중 2012년에 이행하지 않은 금액과 2013년 계획한 투자금액을 2013년 말까지 모두 이행하고, 재방송 비율을 계획한 만큼 낮추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종편 4개사는 모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방통위는 2014년 1월 과징금을 부과했다.
종편 4개사가 이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방통위의 명령 중 재방송 비율에 대한 부분이 현실적으로 이행 불가능했던 만큼 이를 근거로 과징금을 부과한 처분도 무효라고 본 것이다. 실제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내린 시점은 8월이었고, 이미 재방송 비율을 크게 초과해 연말까지 사업계획만큼 비율을 낮추기는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시정명령을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방통위 시정명령은 향후 사업계획을 위반하지 못하게 막기 위한 것”이라며 “시정명령 시점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100% 달성하는 것이 산술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이유만으로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업체들이 주장대로 해석하면, 시정명령 시점을 기준으로 위반 정도가 무거운 사업자에게는 ‘남은 기간 동안 이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처분이 무효가 되는 혜택이 주어진다”며 “반면 위반 정도가 가벼워 연말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할 수 있는 사업자는 처분이 유효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이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확정지었다.
김지훈 최원형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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